발효커피 상술로 얼룩지지 않으려면

2022.03.21 15:03:53

박영순

'커피인문학' 저자

커피음료에 '발효커피'란 장르가 새롭게 추가될 기세다. 주로 산지에서 시도됐던 발효커피와 관련된 특허가 국내에서 지난 2013년 이후 매년 10여 건 이어지고 있다. 발효를 거치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을 노리고 기업들이 상업적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최근 관련 논문들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 발효커피가 몸에 좋은 성분이 많고 맛도 더 좋다는 내용이다. 국내 전통장류 발효 미생물을 활용해 한국적인 커피를 만들겠다는 의미 있는 시도가 있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특정 업체가 발효커피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는 인상을 주는 사례도 목격된다.

이렇게 발효커피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는 분위기 속에 출처와 정체가 불분명한 발효커피들이 이미 판매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정보를 하나하나 따져야 한다.

첫째, 발효에 사용한 커피 생두의 출처를 확인해야 한다. 브라질, 콜롬비아, 케냐 등 국가명만 표기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곳저곳의 것을 다 끌어모은 커피라면 품질이 좋을 수 없다. 더욱이 수확한 시기도 없다. 창고에서 몇 년 묵어 먹어선 안 되는 생두를 사용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면 마시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요구르트를 애써 찾아 마시면서도 발효에 사용된 우유가 오래 묵은 것인지를 따지지 않고 마시는 것과 같다. 생각할수록 끔찍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둘째, 멀쩡한 다른 커피 생두를 비위생적인 양 불안감을 주면서 발효커피로 호객하는데 속지 말아야 한다. 커피 생두를 물에 담가 두어 지저분하게 된 상태를 보여주면서 물로 깨끗하게 씻어내 발효시켜야 한다고 권장하는 수법이다. 커피 음료는 생두를 우려낸 물을 그대로 마시는 게 아니다. 섭씨 200도 안팎의 불로 10분 가량 볶은 뒤 갈아서 물로 성분을 추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두 씻은 물이 깨끗하지 않다고 우기는 것은 쌀 씻은 물이 지저분하니 밥을 해 먹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 애써 말린 오징어나 육포를 물로 씻어 구워 먹으라고 하는 것과도 같다. 그렇게 해선 고유의 맛이 물에 씻겨 나가서 밍밍하다. 커피 생두를 씻어 볶으면 성분이 빠져나가 산미와 단맛이 풍성하지 못하다. 향미적으로 선명한 윤곽이 사라진 커피를 두고 차처럼 부드러워졌다고 좋다고 한다면, 그것은 취향의 문제이니 말릴 수 없다.

셋째, 오래된 생두라고 하더라도 발효를 거치면 스페셜티 커피보다 좋다는 식의 궤변들을 경계해야 한다. 묵어서 좋은 것과 발효커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포도주병에서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은 발효가 아니라 숙성이다. 숙성은 특정 박테리아가 작용하지 않고 서서히 차분한 상태로 바뀌는 것이다. 발효와 부패는 화학반응이 똑같다. 그 결과가 사람이 먹을 수 있으면 발효이고, 먹을 수 없다면 부패이다. 혹 발효커피가 먹을 수 없게 된 묵은 생두를 소비하기 위한 수작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넷째, 발효커피를 루왁커피나 블랙아이보리커피 등 비싼 동물배설물커피에 비유하며 값비싼 브랜드로 올려놓으려는 상술을 비판해야 한다. 동물의 소화기관에서 벌어지는 발효나 실험실에서 벌어지는 발효나 원리가 같다면서 스테인리스 통에서 발효된 커피를 귀한 커피인양 떠드는 것은 기만이다. 더욱이 유기농이라거나 카페인을 줄인 커피라며 가격을 더 놓이려 하는데,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입증되지 않았다.

일간의 상술로 인해 발효커피의 진가가 꽃피기 전에 사라질 수 있다. 발효커피라는 장르를 만들려는 당사자들이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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