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쟁(和諍)을 대선 시대정신으로

2022.02.14 15:20:28

[충북일보] 20대 대선 후보 등록이 시작됐다. 13일 첫날 11명의 후보가 재산·납세·병역 등 신상 정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14일 등록이 마감됐다. 15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펼쳐진다.

*** 통하는 마음으로 논쟁해라

최악의 네거티브가 난무하는 선거전이다. 여야 후보들은 여전히 공정과 상식, 대동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시대정신으로 띄우지 못하고 있다. 판세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여야 두 유력 후보의 접전 양상엔 큰 변화가 없다. 두 차례 TV토론도 변곡점을 만들지 못했다. 다른 후보들의 약진도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선거가 딱 3주 남았다. 여전히 졸렬한 선거전이 이어지고 있다. 최악의 선거에 최악의 후보라고 한다. 차선 아닌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선거라고도 한다. 차악마저 없다는 웃픈 우스개도 있다. 어떤 말실수와 스캔들이 터질지 늘 불안하다. 무슨 역풍이 어떻게 불지 모른다. 누가 덜 책잡히느냐의 선거가 됐다.

후보들의 경륜과 준비가 부족하다. 리더십과 지식은 불만스럽다. 도덕성과 윤리성도 깔끔하지 않다. 여야 막론하고 후보 비호감도가 역대급이다. 그런데도 유권자는 결정해야 한다. 내키지 않지만 선택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에게 절대 권력을 맡겨야 한다. 잘못된 제도 탓이지만 어쩔 수 없다.

자고 나면 새로운 공약이 쏟아진다. 후보들마다 연일 환상적인 보따리를 풀고 있다. 그런데 별 감흥이 생기지 않는다. 믿는 유권자도 별로 없어 보인다. 온 나라가 돈벼락을 맞을 판이다. 펑펑 쓰면 조세 부담이 커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각종 세금은 오히려 줄어든다. 막대한 돈이 어디서 솟는 건지 신기할 뿐이다.

대선 후보라면 달라야 한다. 냉철해야 한다. 여야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 중 기상천외한 게 많다. 유권자를 현혹하기 딱 좋은 포퓰리즘들이다. 하지만 그걸로 할 수 있는 건 없다. 후보라면 누구든 절박함으로 승부해야 한다. 절실하게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국민의 최종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의 발로다.

선거전이 갈수록 치열하다 못해 싸움판 같다. 원효대사의 화쟁(和諍)을 떠올린다. 원효사상은 한 마디로 '일심(一心)'이다. 세상의 모든 마음은 한 마음에서 나오고 돌아간다.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른바 화쟁이다. 지금 선거판에 가장 절실한 정신이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 필요한 시대정신이다.

삼국시대는 고구려·백제·신라가 서로 싸우던 시기다. 통일을 이룬 후 가장 절실한 시대정신은 화쟁이었다. 상처를 치유하고, 함께 나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앞으로 나가야 한다. 그런데 소통이 없어진지 오래다. 대화와 타협도 없다. 내가 하는 일만 선(善)으로 여긴다.

눈 내린 날 첫 발자국은 설렌다. 눈 덮인 오솔길에 찍힌 발자국은 다음 사람에게 이정표다. 첫 걸음의 흔적은 미지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정치의 성숙에는 지성의 훈수와 양심 훈련이 필요하다. 최근 개헌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치에서 제도로 돌아가야 한다. 아직 시간은 있다. 첫 발을 잘 내디뎌야 한다. 20대 대선 후보들에게 화쟁을 권한다.

*** 정직함으로 서로 설득해라

봄의 기운이 다가온다. 겨울을 넘어온 봄이 조금씩 소리를 낸다. 그러나 결코 쉽게 드러내진 않는다. 강과 개울은 아직 꽝꽝 얼어 있다. 녹기까지 시간이 더 있어야 한다. 흔히 대동강 물도 우수 지나야 풀린다. 경칩까지 지나야 봄이 완연해진다. 자연의 일은 그러하다. 겨울의 끝은 길다. 그래도 봄은 기어이 오고야 만다.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다.

정치를 흔히 목민(牧民)이라고 한다. 환한 햇살로 곁에 서는 봄과 같다. 낮고 후미진 곳을 고루 비추는 봄빛의 역할이다. 궁극적으로 모든 걸 움트게 하는 생명의 힘이다. 후보들은 정직한 화쟁을 해야 한다. 정직함 이상으로 설득력 있는 게 없다. 소통하고 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어리석음일 뿐이다. 교활함은 욕심을 드러내는 표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중대한 고비길이다. 대선 후보가 사(私)를 끌어들여선 안 된다. 공평과 공정의 전제조건은 언제나 무사(無私)다. 저울은 쌀 한 톨 때문에 기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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