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불안하다

2022.01.24 16:56:40

[충북일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사흘 앞이다. 지자체들마다 부산하다. 관련 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안전 교육을 하고 전담팀을 구성하고 있다. 현장에선 때 아닌 안전점검도 벌어지고 있다.

*** 문제점 드러나면 보완해야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불만의 소리가 많다. 주로 근로자 사망사고가 많은 산업계에서 나온다. 건설 등의 현장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각종 공공건물을 건설·관리하는 공공기관도 다르지 않다. 숨을 죽이고 있을 뿐 만족스럽지 않다. 광주 신축아파트 붕괴사고로 말을 아끼고 있을 뿐이다.

충북지역 산업현장과 노동계도 어수선하다. 기대는 크다. 산업현장에선 근로자의 재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규정이 강화됐다.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면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해도 마찬가지다.

5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된다.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의 건설업체엔 오는 2024년부터 적용된다.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비해 처벌 수위가 높다. 그동안 사업주는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여전히 문제가 남는다. 법 조항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우선 처벌대상인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9조에서 말하는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부터 명확하지 않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4조와 9조대로라면 책임자는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현장소장일까. 알 수 없다. 사업을 대표하는 이사도 책임 주체가 될 수 있다. 공사를 맡기는 원청사, 현장에서 공사를 수행하는 하청사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과연 어느 쪽이 안전과 보건 의무를 책임져야 하는지도 불명확하다.

대표이사 명의를 다른 사람으로 바꿀 경우도 문제다. 처벌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는 조항 때문이다. 소위 '바지사장'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중대재해법의 모호성이 '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명확해야 한다. 책임주체와 처벌대상을 분명하게 적시해야 한다. 그래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정부는 우선 법 시행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고쳐나가야 한다. 현실성 있게 법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과잉·모호한 부분은 추후 폐지·개정하는 게 맞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해도 현실성 없는 정책은 선하지 않다. 국민을 괴롭히는 악일뿐이다. 면책조항 신설과 안전인력 채용 등은 최우선 보완 항목이다.

지금의 중대재해법은 너무나 불완전한 상태에서 출범했다. 특정 세력의 이슈 몰이에 흔들린 정부 탓이 크다. 국회의 미숙한 법안 처리도 한몫했다. 아무튼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된다. 산업현장에 안전보건관리 패러다임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최고경영책임자들은 최우선적으로 안전경영 목표를 세워야 한다.

*** 안전경영 목표부터 세워야

중대재해처벌법은 국민들의 요구가 모아져 만들어진 법이다. 대부분의 사업장은 이 법의 1호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 한다. 심지어 설 명절 전후 열흘간을 쉬는 사업장들이 있다고 한다. 근로자 복지나 재해 예방을 위한 휴무가 아니다. 당장 급한 불부터 끄고 보려는 그릇된 안전의식의 발로다.

아무튼 중대재해처벌법은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란 하한형을 정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법이 된 셈이다. 누구나 1호가 되지 않으려 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건설업계 등은 첫 재판을 보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 애매모호한 법안이 산업현장의 안전보다 되레 면피방안을 찾게 만들었다.

산업 안전은 조직의 안전문화가 정착해야 가능하다. 지난 일주일새 청주 지역 산업현장에서만 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모두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고였다. 예방이 가능한 사고였다. 문제의 실체를 알기 위해 나서야 한다. 생각의 양이 아닌 깊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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