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때리는' 20대 대선

2021.12.28 16:30:00

[충북일보] 우리는 매우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골 때린다'는 표현을 쓴다. '골 때린다'는 어이없으면서도 터무니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황당하다는 얘기다.

최근 내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종종 '골 때린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과거보다 나을 수 있나

대통령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 많은 결정을 한다. 어쩌면 나라를 통째로 팔아넘길 수 있고, 반대로 신세계를 경험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과거 대부분 유권자들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각 후보에 대해 호불호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다. 서너 사람만 모여도 온통 대선과 관련된 얘기다.

게 중에는 평론가 수준의 깊은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다가 종종 언쟁을 벌인다. 왜냐하면 지지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속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후보의 장점만 보려 한다. 단점이 있더라도 외면하고 싶은 모양이다. 이 것이 바로 진영논리다. 후보의 인품과 공약에 대한 진지한 토론 대신 '내편 네편'으로 갈라져 다른 사람의 말은 외면하려고 한다.

이런 식으로는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할 수는 없다. 진영 논리를 떠나 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내년 대선은 역대 급 '비호감 대결'이다. 유력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은 물론이고,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도 불가능해 보인다.

가정이 화목해야 만사를 이룰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해 보인다.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해야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데 적당한 후보를 찾기 힘들다.

상황이 이런데도 후보와 각 정당은 '네거티브'에만 집중한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되든 자신들의 권력만 지키겠다는 의지가 너무도 강해 보인다.

만약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뀔까. 만약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다면 현 정부보다 훨씬 더 국민들을 편안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등은 뒷전이다.

정치인은 오로지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 같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우리나라는 '반쪽'이다. 세계가 조롱하는 대한민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윤석열을 '정치괴물'로 공격한다. 그러면서 그 '정치 괴물'은 누가 만들었는지 반성조차 하지 않는다.

윤석열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재명을 '싸가지 없는 정치인'으로 몰아세운다. 쌍욕에 조폭 연루설, 대장동 의혹까지 단군 이래 최악의 대선 후보라고 깎아 내린다.

이들과 달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과 특정정당 소속이 아닌 상당수 사람들은 정치권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골 때리는 선거'라고 생각한다.

누가 돼도 국민은 불안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다. 다소 부족한 상태에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을 찾은 역대 대통령들의 면면을 보면 지금의 '빅 2 후보'보다는 훨씬 나아 보인다.

물론 지금의 '빅2 후보' 역시 대통령이 된다면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일 수는 있다. 문제는 누가 더 공감능력을 갖고 있고, 누가 더 참모들의 말을 경청할 수 있느냐다.

지나치게 독단적인 성격을 가졌다면 사실상 '독재'로 흐를 수 있다. 국정에 대해 너무도 모른다면 '문고리 권력'에 휘말릴 수도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정치권의 셈법과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권력을 잡기 위해 무슨 짓도 할 수 있다'는 사람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나 보다 우리, 우리보다 국가가 잘 되는 것을 희망하는 그들이 바로 진정한 애국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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