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갈등 풀 '신의 한 수'

2021.11.29 16:31:32

[충북일보] 신의 한 수가 절실할 때가 있다. 자연에선 적재적소에서 펼쳐진다. 경이로운 대자연의 조화를 만든다. 속세에선 다르다. 지금의 충북 상황도 마찬가지다. 신의 한 수 찾기가 쉽지 않다.

*** 충북의 정치권이 중재해야

충북도와 충북교육청의 예산 다툼이 아이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번졌다. 무상급식 파행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학부모 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충북교육청은 학생 등 16만7천여 명에게 교육회복지원금 10만원씩을 주기로 했다. 유치원생 1만5천600여명도 포함했다. 충북도는 충북교육청에 어린이집 보육 어린이까지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충북교육청은 거절했다. 이 지점에서 갈등이 발생했다. 충북교육청은 "어린이집 관리와 어린이 양육은 자치단체 몫이어서 예산을 편성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일을 키운 셈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무상급식으로 불똥이 튀었다. 격한 감정을 제 때 진화하지 못해 생긴 나쁜 결과다. 충북도가 일방적으로 무상급식 합의를 깼다. 그러나 무상급식은 교육회복지원금과 별도다. 충북도가 충북도민과 한 약속이다.

갈등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커질 수 있다. 더 커지기 전에 관리해야 한다. 갈등의 발생 이유는 다양하다. 지금이라도 두 기관이 다시 협의해야 한다. 갈등은 한 쪽의 부정적인 태도 때문에 생길 수 있다. 사업 성공 열망이 충돌해 생길 수도 있다. 적극적일 때 더 자주 생기곤 한다. 하지만 오랜 갈등은 파행으로 흐를 수 있다. 오래가서 좋을 게 없다. 짧을수록 좋다. 충북도와 충북교육청의 갈등 역시 빨리 끝내야 한다. 파행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 지금 절실한 건 귀 밝은 중재자다. 두 목소리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쓴 소리와 단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중재자는 양 쪽을 오가며 두 목소리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제3자의 눈으로 양 측을 다 볼 수 있어야 한다. 상대의 선한 의도를 먼저 알아채고 알리는 역할도 해야 한다. 그래야 이해 당사자가 중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현장의 혼란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도민들은 지역정치권이 나서주길 바란다. 특히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도종환 국회의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적극적 역할을 해주길 소망한다. 중재의 징소리를 울려주길 기대한다. 노 전 실장은 이시종 지사와 인연이 깊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같은 당에서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도 의원은 김병우 교육감과 절친이다. 학생 운동권 시절부터 의리를 나누는 사이다. 두 사람이 나서면 못할 게 없을 것 같다. 물론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은 아직 만날 의사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을 마주 앉게 해야 한다. 그리고 화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세상에 생각이 똑같은 사람은 없다. 어떤 부분에선 의견이 일치한다. 하지만 엇갈릴 때가 더 많다. 둘만 모여도 생각이 다르다. 언제든 만들어질 수 있는 게 갈등이다.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은 대단위 조직이다. 이 지사나 김 교육감은 조직의 의견을 대변해야 한다. 타 기관과 갈등은 당연하다. 다만 갈등을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면 심각해진다. 초기부터 꾸준하게 신경 써야 한다. 곪아 터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사태 악화의 원인이다. 제동을 걸 마땅한 중재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앞서 충북도의회가 중재에 나서긴 했다. 하지만 효과를 내지 못했다.

*** 양보만큼 합리적인 게 없다

노 전 실장과 도 의원은 지금의 갈등 상황을 정리할 적임자다. 이유는 너무 많다. 우선 두 사람은 공정하고 지혜롭다. 양 측을 다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를 이해하고 살필 수 있다. 말과 사고는 불가분의 관계다. 설득해야 할 대상의 의중은 아주 복잡하다. 생각을 말로 조리 있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충북의 무상급식 갈등이 오래 가선 안 된다. 반복적으로 부딪히는 부분부터 빨리 정리해야 한다. 이슈와 사람을 분리하고 이슈를 공략해야 한다. 무상급식은 도민과의 약속이다. 양보만큼 합리적인 게 없다. 양보가 곧 배려다. 정치인의 말은 곧 능력이다. 아는 내용을 잘 표현해 상대를 설득하기 때문이다.

이제야 희망이 보인다. 노 전 실장과 도 의원에게 신의 한 수를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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