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암보다 무서운 병 - 치매

2021.10.21 17:33:18

이정환

충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많은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 중 하나가 치매이다. 치매를 앓고 있는 가족이나 지인을 보고 있노라면, 우선 내게도 치매가 불현듯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이 스친다. 나이가 들면서 인지기능이 변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모든 사람에게 치매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인지기능에는 단순한 기억력 뿐 아니라 집중력, 실행능력, 언어능력 등이 포함되는데, 노화가 진행되면서 모든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상식, 언어 이해, 경험 등을 통해 축적되는 일반적인 지식은 노화가 진행되어도 유지되거나 향상이 되기도 한다.

치매는 진단체계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이 다르지만, 대체로 치매로 진단내리기 위해서는 1) 인지기능이 이전보다 저하되어 있고, 2) 객관적인 신경심리검사 등을 통해 인지기능의 저하가 확인되고, 3) 인지저하로 인해 독립적인 일상생활에 영향이 있어야 한다.

치매의 원인에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 뇌혈관질환에 의한 치매, 루이소체치매, 전두측두치매 등이 있다. 치매의 종류마다 첫 증상이 다른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기억력 저하 뿐 아니라, 성격의 변화, 망상, 병적 의심 등도 치매의 첫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대게 치매가 진행되면서 다른 인지영역들의 손상이 서서히 나타나 종국에는 치매의 종류를 구분하기 어렵게 된다. 혈관성 치매를 제외한 나머지 종류의 치매는 임상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10여년 전에 이미 치매의 원인 물질이 축적되고 뇌기능 저하에 이어 뇌의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뇌기능이 저하되어도 치매의 임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우리 뇌는 한 부분의 기능이 저하되더라도 뇌의 다른 영역을 동원에 인지과제를 수행하는 네트워킹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뇌의 네트워킹능력은 어렸을 때 교육을 많이 받을 수록 더욱 촘촘하고 효율적으로 형성되어 있고 이는 넉넉한 인지예비용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지예비용량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은 치매에 더욱 취약하지만, 반대로 인지예비용량이 높은 사람이 치매의 임상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치매가 많이 진행되었다는 증거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매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것이고 그 경과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중년기~장년기의 사람들은 조금의 인지 저하라도 나타나면 치매의 초기 증상은 아닌지, 나중에 치매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병원에 방문한다. 다행스럽게도 과학의 발달과 우리나라의 높은 경제수준, 의료기술 덕분에 치매의 원인 물질이 뇌에 축적되어 있는지 검출하는 핵의학 검사들이 전국의 주요 병원에 보급되어 있다.

이런 검사를 통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치매의 병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이를 어떻게 멈추거나 늦출 수 있을까. 2000년대 초반 이후 최근까지 입으로 투여할 수 있는 인지기능개선제가 등장하지 않았다. 그나마 이전에 출시된 인지기능개선제는 치매로 진단할 정도의 증상이 있는 경우에 진행을 늦출 수 있지만,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에게 예방효과는 없다. 하지만 올 6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물질 제거를 목표로 한 단일클론항체 신약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게다가 현재 임상시험중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121개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다양한 약들이 순차적으로 출시되고 가격도 대중들이 접근 가능해질 정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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