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사람 이야기 - 청주사창시장 충주야채

"쉼없는 일이지만 '내 일'이라는 보람"
새벽 시장을 깨우는 안병협·김정숙 부부
충주댐 수몰지역서 나와 리어카 야채장사로 시작
"지난 38년, 힘들었다기보단 행복하다는 마음이 더 커"

2021.10.17 18:35:04

청주 사창시장 내에서 충주야채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안병협·김정숙부부는 새벽부터 시장에 나와 신선한 각종 야채를 준비하고 단골 고객들을 맞이한다.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새벽 2시, 사창시장의 터줏대감인 안병협(69), 김정숙(66) 부부의 '충주야채가게'에 불이 켜진다.

야채도매시장 경매가 시작되는 3시 전 구입할 야채들을 미리 둘러봐야 하기 때문이다.

병협씨는 38년 째 매일 아침 도매시장에 나가 직접 야채들을 확인하고 구매해 오고 있다.

그는 "일찍 나가야 미리 물건들도 한번 돌아보고 내마음에 드는 저렴한 것들을 선점할 수 있다"며 "조금만 늦게 나가고 신경을 덜 쓰면 물건의 가격과 질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병협씨가 구매할 야채를 선택하는 기준은 전날 저녁 매대를 보면서 세워진다고 한다.

야채 특성상 오래 보관할 수 없어 미리 재고들을 확인하고 이에 맞춰 가져와야 해서다.

병협씨가 충주야채가게로 들여오는 도매품들은 고객들에게 판매되기 전 모두 정숙씨의 손을 한 번 더 거치기 마련이다.

청주 사창시장 내에서 충주야채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안병협 사장이 새벽부터 도매시장에서 구입해 온 각종 야채를 판매대에서 정리하고 있다.

ⓒ김용수기자
병협씨는 "대파도 묶여서 나온 건 사지 않는다. 묶여나오는 건 인건비가 다 붙어있는 상품이다보니 직접 가져와서 다듬고 묶는 것이 더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내놓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이야기 했다.

부부가 야채가게를 운영하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늘 매장과 물건들을 깨끗이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숙씨는 "야채는 매일 다듬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순간' 다듬어야 한다"며 "저녁에 팔다 남은 것들은 또 다듬어야 한다. 다듬어서 팔 것은 팔고, 버릴 것들은 바로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포장 방식도 변했다. 1인 가족, 핵가족이 늘어나면서 소포장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고한다.

청주 사창시장 내에서 충주야채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정숙씨가 소포장을 찾는 고객들을 위한 콩나물을 다듬고 있다.

ⓒ김용수기자
정숙씨는 "예전에는 저렴하게 많이 챙겨주는 것을 좋아했었다"며 "이제는 손님들이 저렴하게 많이준다고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호박도 두 개씩 깔끔하게 포장하는 작업을 늘 한다"며 "요즘 손님들이 조금씩 깔끔하게 포장된 것들을 선호하는 것에 맞춰 야채를 다듬고 포장해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러다보니 이 일은 끝이 없다"며 "예전에는 17년 정도 포장만 전담하는 직원을 따로 써왔다. 지금은 며느리가 오전에 나와 포장일을 같이 도와주고 있다"고 전했다.

40년간 부부의 손으로 모든 일을 거치다보니 내 몸보다 일이 먼저가 됐다.

병협씨는 "지난 설 명절을 앞두고 뇌경색이 심해져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다"며 "입원한 기간 동안 야채를 제대로 못 가져올 것을 생각하니 눈에 밟혀 명절이 너무 길게 느껴지더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 부부가 사창시장에 처음 터를 잡은 것은 38년 전 충주댐이 착공되면서 수몰된 고향에서 나와서부터다.

고향서 농사를 짓던 부부는 청주로 나와 시장에 자리를 잡고 직접 리어카를 끌며 야채를 납품하는 일 부터 시작했다.

병협씨는 "시골에서 농사만 짓다가 나왔으니 처음에는 장사할 줄도 몰랐다"며 "안팔리고 상하는 상품 천지였다"고 회상하며 말했다.

정숙씨는 "그래서 상한 야채들을 다듬다보니 밤새도록 날이 훤하게 샌 적도 있다"고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어 "그렇게 29살 쯤 시장으로 나선 것이 내일모레면 7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며 "처음 시장나왔을 때 주변서 '젊은 사람이 고생이다'했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 청춘이 시장에서 다 지나간다 그러더라"라고 말했다.

새벽부터 밤까지 쉴새없이 움직여야 하는 고된 일이지만 부부는 '내 일'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병협씨는 "이게 그저 내 일이고 내가 먹고사는 직업이라 생각한다. 천직이다"라며 "내 사업이기 때문에 70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이야기했다.

이어 "자식들도 이제는 힘드시니 그만하시라고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 일'인 만큼 내가 힘 닿는데까지 하다가 마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정숙씨도 "어떤 사람들은 힘들고 고생스럽지 않냐고 묻는다"며 "결혼한 지 42년이 됐지만 사는 동안 고생스러웠단 생각을 가진 적이 없다. 그때는 힘들었을지언정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전했다.

병협씨는 아내에 대해 '늘 묵묵하게 있어주는 고마운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지금도 가게에서 새벽이면 눈뜨고 일어나 피곤해도 서로 같이 밥먹고 그렇게 살아간다"며 "급한 내 성격을 잘 받아주는 사람이고 그간의 세월을 누구보다 잘 알아주는 사람"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안병협·김정숙 부부가 사창시장서 서로 의지하며 다독여 온 40년의 세월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부는 앞으로의 바람에 대해 "그저 건강히 내가 하고싶은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주변의 힘든 사람들도 돌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성지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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