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2021.10.17 14:55:25

표지연

청주시 봉명2송정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공무원으로서 첫 임용이 되고, 첫 발령지였던 흥덕구 환경위생과에서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과 재활용품 수집 행사 등에 참석하면서 안일하게만 생각해왔던 환경 문제가 직접적으로 와닿기 시작했다. 일례로 우리가 진행했었던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 중 구호로 외치는 '생산에 5초, 사용에 5분, 분해에 500년'이라는 슬로건은 'elephant in the room(방 안의 코끼리 : 모두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먼저 그 말을 꺼낼 경우 초래될 위험이 두려워, 그 누구도 먼저 말하지 않는 커다란 문제를 가리킴.)'을 생각나게 했다. 모두가 플라스틱이 완전히 분해되는 데에 500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지만, 플라스틱 사용의 편리함 때문에 그 사실을 모르는 척 한 채, 버젓이 사용하는 우리의 상황을 가리키는 것 같다. 사람의 수명이 길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쓰레기의 수명이 길다는 건 심각한 일이다.

쓰레기는 하루에도 수십 톤씩 배출되지만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쓰레기양은 제한적이며 그 쓰레기가 완전히 없어지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시간문제뿐만이 아니다. 이 쓰레기를 처리하고 소각할 때 발생하는 다이옥신 등과 같은 발암물질과 미세먼지는 그대로 우리 몸에 다시 흡수된다. 이러한 발암물질과 미세먼지로 인해 환경뿐만 아니라 우리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내가 사용하고 버린 쓰레기로 인해 나의 건강이 위협받는 현실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쓰레기는 우리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이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쓰레기의 발생은 최대한 줄이고 발생한 쓰레기는 올바른 분리수거를 거쳐 제대로 버리는 것이다. 이 말은 가장 이상적이고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실이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 2020년 12월 25일부터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가 시행되면서, 고품질의 재활용품을 통해 플라스틱이 더 이상 골칫거리 쓰레기가 아닌 재활용이 가능한 재생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져 쓰레기 줄이기 및 재생자원 확보에 한발 다가서고 있으며, 최근 업체에서도 과잉 포장을 줄이는가 하면, 배달대행업체를 통해 음식 주문을 할 때 일회용 숟가락, 젓가락 등 일회용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선택란이 생겨 불필요한 일회용품 및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는 등 각계각층에서 움직임이 시작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일반인들 또한 사무실이나 집에서는 종이컵 대신 컵, 텀블러 등을 사용하고, 장을 볼 때는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등의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하여 일시적인 편리함보다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여 죽어가는 환경과 동식물을 살리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작은 움직임이 큰 변화를 만든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건강한 환경을 위해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보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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