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2021.10.17 14:56:18

임경자

수필가

웹툰을 원작으로 한 나빌레라라는 드라마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된 것은 조지훈의 시 승무(僧舞)에 나오는 '나빌레라'라는 시어(詩語)때문이다. 첫 회부터 관심을 갖고 그 시간만 되면 열 일 제쳐두고 텔레비전 앞에 앉아 그 내용 속에 빠져 들었다.

덕출 할아버지는 평생 가슴 한편에 발레에 대한 꿈을 키우고 살아왔다. 빛바랜 노트에 발레에 대한 스크랩을 해놓은 것을 볼 때마다 그의 가슴을 뛰게 했다. 발레에 대한 꿈은 변하지 않고 그는 '죽기 전에 나도 한 번은 날아오르고 싶어서'라는 자신의 꿈에 대한 간절한 마음뿐이었다. 퇴직 후에도 그는 지금도 늦지 않았고 자신의 꿈인 발레를 꼭 해보겠다는 굳은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 뻣뻣해지고 굳어진 노구의 몸으로 발레를 하겠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다. 오직 꿈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지닌 할아버지는 발레 하는 채록을 만나기전에는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다. 알츠하이머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실천에 옮긴 그다. 피나는 연습 과정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아 뜨거운 눈물이 볼을 적셨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가슴에 지닐법한 꿈이지만 실천하기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일흔이라는 나이에 발레를 한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 쉽지 않은 일이다. 젊은 날 이루지 못한 발레에 도전하는 덕출 할아버지의 도전 정신을 높이 사고 싶다. 도전하는 사람을 보면 언제나 설레고 활기가 넘치게 마련이다. 덕출 할아버지를 완전 무시하던 채록이 슬럼프에 빠져 방황할 때다. 채록은 그가 들려주는 칭찬의 말에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 누구로부터 한 번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큰 울림을 받은 것이다. 연로한 몸으로 레슨에 임하는 할아버지의 열정과 채록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가슴이 뭉클해졌다. 하면 된다는 각오가 있었기에 드디어 스물셋 발레리노인 채록의 지도로 무대에 오르게 된다. 나비처럼 날아오르는 그의 모습에서 빛을 발하는 표정을 보며 콧잔등이 시큰해짐을 느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여 두 어깨에 날개를 단 일흔 노구의 할아버지가 눈물겹도록 위대해 보였다.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덕출 할아버지의 선택과 용기에 힘찬 박수를 보냈다. 아마도 할아버지와 같은 세대에 살아 온 나이기에 더욱 공감이 갔나 보다.

덕출 할아버지가 살았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헐벗고 굶주린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시대였다. 가진 것이 없었기에 먹을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오직 잘 살아보겠다는 마음 하나로 열심히 저축하며 알뜰히 살았다. 그 시대는 선택의 여지도 없이 일을 찾아 용감무쌍하게 이국땅도 마다하지 않고 떠났던 세대들이다. 부모님을 위해 가족을 위한 희생정신으로 돈벌이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생활전선에서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아 온 눈물겨운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평생 동안 꿈같은 것은 아예 생각하지도 못했다. 만약 꿈이 있었다면 대부분은 가슴깊이 꾹꾹 누르며 살아 왔지 싶다. 대부분 부모님의 뜻에 맞추며 그 꿈은 가슴속에 접어두고 살아야만 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교적인 사회 분위기로 남존여비사상이 짙었다. 아들은 학교를 보내고 여자는 학교 문 앞에도 못 가보고 집안 살림이나 하였다. 요즈음 한글을 터득하여 시화전을 열어 못 배웠던 한을 풀어내는 분들이 많아졌다. 참으로 장하고 대견스러운 일이다. 지난날에 비해 환경이나 금전적으로도 윤택한 삶이 되어 배울 기회가 많아졌다고 본다. 그런 이유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꿈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본다. 꿈은 그냥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갖고 남모르게 역경을 딛고 피나는 노력과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이룰 수 있다. 스스로 꿈을 찾아 노력하고 개척하는 사람이야말로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본다.

냉혹하고 불확실한 현실이지만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이 나의 꿈이다. 역병으로 말미암아 하늘 길과 바닷길이 막혀 여행을 못가서 아쉬운 마음이다. 몇 해 전 가보았던 차마 고도에서 본 밤하늘의 별빛과 융플라워 얼음산의 반짝이던 햇살도 좋고 스페인에서 본 집시의 춤 플라밍고에 취하고 싶다. 또 라스베가스의 황홀함도 좋겠지만 가지 않은 곳을 가서 보면 더욱 좋겠다. 체험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기에 보고 듣고 느끼고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살고 싶다. 언제인가 모르겠지만 그 꿈은 꼭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