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형 부동산 개발 '도둑정치' 온상인가

2021.10.13 16:22:04

영동군 추풍령면 계룡리 출신 '촌놈'이다 보니 차 막히는 걸 너무 싫어한다.

그래서 11년전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세종에 정착했다. 물론 그 전 대전 본가에서 서울에 갈 땐 승용차를 거의 타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8일에는 서울 인근 고양시에 있는 장모 산소에 늦은 성묘를 하기 위해 승용차를 몰았다.

'혹시나'하고 기대하며 아내와 함께 오전 9시 세종을 출발했다. 내비게이션에는 '주행거리 143㎞, 오전 11시 7분 도착 예정'이라고 찍혔다.

하지만 금요일 오전인데도 수원을 지나자 차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몇 개의 유료도로를 지나 최종적으로 낸 통행료는 8천700 원, 현장에는 예정보다 훨씬 늦은 낮 12시 반에 도착했다.

'교통 체증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 해 아내와 심한 말다툼까지 했다. 점심으로 좋아하는 명동칼국수를 먹으려던 계획은 포기한 채 차안에서 빵과 떡으로 때웠다.

결국 서울에서 하룻밤 자려던 일정도 취소하고 곧 바로 세종으로 돌아왔다.

요즘 이 나라에서 수많은 국민이 흘리고 있는 '눈물'의 대표적 씨앗은 부동산이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수도권만 비정상적으로 집중 개발되는 탓에 각종 비리와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36년의 기자생활 중 직접 취재하거나 기사로 접한 '대형 부동산 스캔들'은 대부분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 '돈 되는 부동산'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은 1991년 발생한 '수서 비리'다.

이 사건은 중앙 정치권의 압력과 건설사(한보그룹)의 로비를 받은 서울시가 법적 근거 없이 강남구 수서지구의 택지 11만7천여㎡를 26개 주택조합에 특별공급한 게 발단이 됐다.

당초 임명직 지방자치단체장이었던 고건 시장은 원칙을 지키면서 외압에 맞서다가 결국 '괘씸죄'로 경질됐다.

하지만 군인 출신인 후임 박세직 시장은 특혜분양 계획안에 서명했다.

또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은 조합 측과 공모, 조합이 국회에 택지 공급에 대한 청원을 내도록 했다. 이어 국회의원·정부 고위층·청와대 등에 거액의 뇌물을 제공, 서울시와 건설부 등에 압력을 행사하게 함으로써 택지 공급이 가능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모 중앙지 사회부의 서울시청 출입 기자였던 필자는 같은 신문사 정치·경제부 기자들과 함께 이 사건을 특종 보도, 그 해의 한국기자상 등을 받았다.

30년 뒤인 올해 인근 도시 성남에서 터진 '대장동 사건'도 수서비리와 같은 '도둑정치(Kleptocracy·클렙토크라시)'의 전형이다.

도둑정치는 소수 지배층이 법이나 제도 등을 악용해 공공 자산이나 국민 재산을 훔치는 것을 일컫는다.

이번 사건은 임명직 단체장 시대에 중앙정치권이 개입한 수서사건과 달리 민선 단체장 시대에 터졌다. 따라서 지방자치제의 대표적 폐단인 '철의 삼각(Iron Triangle)'으로 인해, 한 지역언론의 용기있는 보도가 아니었으면 역사 속으로 묻힐 뻔했다.

이 사건에는 전직 대법관, 현직 변호사·회계사,전직 법조계 출입 기자, 국회의원, 시의회 의장 등이 개입됐다.

그들은 제각각 전문지식과 권력을 동원, 전체적으로 수천억 원의 돈을 훔쳤다. 하지만 최종 책임은 자칭 '사업 설계자'라는 이재명 씨에게 있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갤럽 조사 결과 10월 1주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6%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3기 신도시 건설을 통해 수도권에 30여만채의 집을 짓겠다고 한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대규모 부동산 개발은 이제 그만 해야 한다. 대신 세종과 혁신도시들을 제대로 키우는 게 '역사적 사명'이다.

그리고 특검으로 이번 사건을 투명하게 파헤쳐야 도둑정치가 발 붙일 곳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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