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산악인 조철희

2021.10.04 15:28:00

[충북일보] 알피니스트의 삶은 늘 고되다. 시간과 고도를 초월해 하늘과 맞닿은 곳으로 간다. 그리고 정점을 향한 인간의 염원이 그 곳에 닿는다. 어려운 과정을 완수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이유다.

*** 현명하고 강한 산악인

조철희 충북 히말라야원정대 등반대장이 다시 정상에 섰다. 다울라기리(해발 8천167m), 하얀 봉우리와 포옹했다. 다울라기리는 세계에서 일곱 번 째 높은 산이다. 그는 히말라야 8천m급 14개 봉우리 중 5곳을 차례로 올랐다. 나머지 9곳도 계획대로 오를 예정이다.

조 대장은 충북산악인으로서 30년 이상을 살고 있다. 묵묵히 알피니즘을 실천하고 있다. 히말라야 14좌를 다 오른 충북산악인은 아직 없다. 그가 충북의 깃발을 하나하나 꽂고 있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있다. 한계 극복과 몰입으로 결과를 만들고 있다. 그의 히말라야 14좌 도전은 치기(稚氣)가 아니다. 50대가 선택한 절박한 용기(勇氣)다. 이 산도 가보고 저 산도 가는 진짜 산악인이다. 옛날 영광에 묻혀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갈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히말라야로 간 돈키호테'란 제목의 글을 SNS에 올리고 있다. 네팔로 떠나던 날 올린 글이 의미심장하다. "모든 것이 과정이고 등반의 일부라고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 그는 세상의 부정적인 관전평까지 등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최초나 최고, 최단' 같은 단어에 집착하지 않는다. 왜 산에 오르느냐고 묻을 것도 없다. 왜 사느냐고 묻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산악인에게 산은 곧 존재의 이유다. 물론 언어로 명료하게 설명하긴 어렵다. 그의 평소 행동과 삶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얻으려 하는 게 아니다. 고산을 향한 등반의 열망을 계속 이어가보고 싶을 뿐이다. 지금도 욕심을 내는 건 한 가지다. 히말라야 산군의 8천m급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는 일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히말라야 14좌에 도전해 성공했다. 하지만 히말라야 14좌에 오르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절체절명의 각오 없이는 할 수 없다. 그 무엇도 이룰 수 없다. 낭만적인 스포츠가 절대 아니다. 부상과 죽음이 숙명처럼 따라다닌다. 알피니스트라면 더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자연이 허락해야 정상에 설 수 있다.

그의 당초 계획은 나름 의미 있었다. 물론 지금도 유효하다. 2019년 50세에 14좌 도전에 나섰다. 은퇴의 나이에 되레 위험을 자초한 셈이다. 원래 등반계획은 2019년 4월부터 2022년 12월까지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망가졌다. 그는 올해 초 어렵게 네팔로 출국했다. 곧바로 다울라기리에 도전했다. 하지만 기상악화로 실패했다. 자연 앞에선 신념과 의지도 소용없었다. 하지만 로체(8천516m) 등정에 나서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에 다울라기리까지 재도전해 성공했다.

그는 히말라야 14좌 완등이라는 목표와 신념을 갖고 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에 도전이라는 목표를 정해 나가고 있다. 산과 일상에서 올바른 수단을 실천하고 있다. 그 사이 충북산악사에도 큰 업적을 남겼다. 선배가 남긴 발자국을 겸손하게 따르고 있다. 점점 더 자신을 다스리며 이길 수 있는 현명하고 강한 산악인이 돼 가고 있다. 충북 최고의 산악인으로 평가하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 충북산악계의 나침반

히말라야 14좌를 다 오른 충북산악인은 아직 없다. 어쩌면 지금 충북산악계엔 실패의 지혜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다. 그리고 길이 끝나는 곳에서 산은 시작된다. 절대 고수는 천 길 낭떠러지도 타고 오른다. 산이 거기 있으니 산에 들 고수도 있어야 한다.

조철희, 그가 거기서 다시 시작하고 있다. 이제 겨우 다섯을 넘었다. 아직 아홉 봉우리나 남았다. 새 길을 또 가야 한다. 아직 갈 길이 험난하다. 충북산악인들이 나서 응원해야 한다. 사적인 일에 왜 응원을 보내느냐고 할 것만은 아니다. '텐징 노르가이'의 혜안을 가져야 한다.

잠시 히말라야 품에 들었던 그가 돌아왔다. 다울라기리의 지혜를 한 가득 담아 왔다. 길을 잃을 때 방향을 제시할 나침반도 들고 왔다. 고수는 감추고 하수는 뽐낸다고 했다. 산이 거기 있기에(Because it is there.)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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