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비용 지방분담 요구 철회해라

2021.10.04 18:34:59

[충북일보]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발칵 뒤집혔다. 정부가 내년 코로나19 예방접종 시행비의 상당 부분을 지자체에 떠넘기려 하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비는 그동안 전액 국비로 집행해 왔다. 느닷없이 지자체도 분담하라고 하니 반발은 너무 당연하다. 현재 상당수 지자체들의 재정은 백신 접종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하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3일 약 4천712억 원을 지자체가 부담토록 하는 정부예산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내년도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시행비용의 절반이 넘는 액수다. 그동안 코로나19 백신 접종비는 전액 정부에서 일반회계와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부담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604조4천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백신 접종 시행비용의 경우 절반이 넘는 4천712억 원을 지방정부가 부담토록 했다. 전국 지자체들은 그동안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급기야 시도지사협의회가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기에 이르렀다. 시도지사들은 성명에서 정부의 2022년 예산안에 포함된 코로나19 예방접종 시행비의 지방부담 방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방역관리 비용 및 국민지원금 등으로 지방의 재정은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백신 접종 시행비까지 전가된다면 모든 국민에 대한 백신 접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빠르게 높아진 이유는 분명하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정부가 통일된 기준을 설정하고 추진했기 때문이다. 시도지사들은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갑자기 지자체 분담 방안을 내놓은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정부의 내년 예산안은 사상 처음 600조 원 넘는 슈퍼예산이다. 명분도 '코로나19 위기의 완전한 극복'에 뒀다.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코로나19 백신 접종비 지방 부담 요구다.

당수 지자체들의 재정은 매우 열악하다. 충북 등 충청권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행정안전부 '2021년 지방자치단체 통합재정개요'에 따르면 올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48.7%다. 세종을 제외한 대전, 충남, 충북의 재정자립도는 올해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매년 떨어지고 있다. 2018년 53.4%, 2019년 51.3%, 2020년 50.6%다.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자칫 무늬만 재정분권, 국가균형발전에 그칠 수 있는 위기에 놓였다. 재정자립도는 지자체 스스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능력이다.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가 50% 밑으로 떨어진 건 1997년 정부가 관련 통계를 게시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지자체 재정 지표는 열악한 상황을 알리고 있다. 백신 접종비까지 부담하는 건 참으로 부담스럽다. 게다가 올해는 지방자치 부활 30년이다.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핵심 요소로 재정분권을 향한 외침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왜 백신 접종비를 지자체에서 부담하도록 요구했는지 모르겠다. 정부 스스로 역점 추진 과제인 지방분권·국가균형발전을 역행하는 꼴인데도 말이다. 정부는 지금 지자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지 못하고 있다. 되레 바닥난 지방재정을 싹쓸이 하려 하고 있다.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초비상 재정 운영을 하고 있다. 지난달 4차 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을 앞두고 긴급 추경까지 편성한 상태다. 물론 답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백신 접종비 부담 비율만 조절할 게 아니라 세금 비율을 잘 조율하면 가능하다. 현재의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이런 불균형을 개선하면 된다. 현재 세입 구조상 지방세 비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 7월 정부와 여당이 마련한 2단계 재정분권안에서도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2.6 대 27.4로 잡았다. 전국의 226개 기초지자체 중 지방세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도 못 주는 곳이 46.5%(113개)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하는 요구는 의미 없다. 그 자체가 불공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지자체에 전가해선 안 된다고 판단한다. 예방 접종 비용은 기존대로 정부가 부담하는 게 맞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백신 비용을 지방과 나누려는 방침을 즉각 철회하는 게 옳다. 국회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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