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행주 살이

2021.09.28 19:31:15

행주 살이
           오무영
           충북시인협회 고문



하루 일과가 끝나면 일광욕을 즐기던 나
시어머니 주름살처럼 세속의 때가 끼었지만
신세대 며느리들은 살갗 터지는 건 모르고
탈색제를 넣고 삶아버린다

나는 하얀 면직물로 세상에 탄생한 것을,
어느덧 몇 살인지 모르게 변해버렸지만
한 번도 가족과 함께 밥상을 받아본 적 없고
때때로 방바닥 걸레 취급도 받는다

이제는 죄인처럼 불꽃이 난무하는
건조기 속에서 고문을 당하기도 한다
정든 고향이 살육장으로 변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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