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몰락부터 막아라

2021.09.13 17:06:25

[충북일보] 자영업자들이 칠흑의 어둠 속을 걷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 갇혀 있다. 도저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K-방역은 여전히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 숨 쉬기조차 힘든 나날이다.

*** 정부가 무한책임 져야

코로나19 재난지원금 관련 항의가 쏟아졌다. 지급 기준을 신라시대 골품제에 빗대기도 했다. 현대판 골품제로 부상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나흘 만에 지급 대상을 늘렸다. 소득 하위 기준을 88%에서 90%로 확대했다. 100만 명에게 더 주기로 했다. 참 이해하기 어려운 간단한 해결책이다. 추가로 필요한 세금만 3천억 원이다. 자영업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K-방역의 핵심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다. 제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시간제한도 이어졌다. 그 사이 650만 자영업자들이 최대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부적절한 지원 기준 탓에 대상에서 빠지기 일쑤였다. 정말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청주 성안길에 가면 사정을 금방 알 수 있다. 뒷골목엔 텅 빈 식당과 카페가 즐비하다. 치킨집과 노래방에선 한숨과 눈물 소리가 섞여 나온다. 폐업 결정도 하지 못하고 있다. 퇴로마저 막혀 암담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권리금이 사라져 대출금을 갚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빚을 내서 빚을 갚고 있다. 취업자 2천700만 명의 4분의 1이 자영업자다. 무너지면 대책이 없다. 자영업자들이 자꾸 거리로 나서는 이유다. 자영업은 점점 더 무너져 내리고 있다. 부채폭탄은 자꾸 터지려하고 있다. K-방역은 이미 힘을 쓰지 못하는 상태다. 그런데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전히 가혹하기만 하다. 지옥이 따로 없다.

자영업 수 감소는 고용률 하락을 불러왔다. 통계청의 '2021년 7월 충청지역 고용동향'에 따르면 그렇다. 충북의 15세 이상 인구(노동가능 인구)는 141만7천 명이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8천 명(0.6%) 증가했다. 노동가능 인구가 늘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경제활동 인구는 되레 줄었다. 다시 말해 취업자와 실업자 수가 각각 감소했다. 취업자 수의 감소는 결국 고용률 하락으로 나타났다. 충북의 7월 고용률은 63.9%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6%p 하락했다. 지난 5월부터 3개월 연속이다. 월별로 보면 △5월 0.1%p(64.5% → 64.4%) △6월 0.3%p(64.7% → 64.4%) △7월 0.6%p(64.5% → 63.9%)다.

매달 하락폭이 커지는 걸 알 수 있다. 문을 닫거나 직원을 내보내는 자영업자가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 자영업자 매출은 평년에 비해 절반 이상 급감했다. 반면 인건비와 월세 등 고정비는 그대로다. 경영난에서 헤어날 방법이 없는 현실이다. 대다수는 은행 대출로 견디고 있다. 그마저도 한계에 이르고 있다. 집 등은 이미 은행에 담보로 넘어간 상태다. 자영업의 몰락은 연쇄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일단 돈을 꿔준 금융기관이 충격을 받게 된다. 임대 부동산 시장도 가격 폭락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죄 없는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 고용시장 새로운 악재

자영업의 몰락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가 무한책임을 져야한다. 하지만 정부는 별로 변한 게 없다. 아직도 사적 모임 인원 제한, 영업시간 제한 등에 치중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이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더 심각하게 발생하게 된다. 자영업이 무너지면 우선 일자리가 사라진다. 앞서 밝혔듯이 실업률이 높아진다. 엄청난 액수의 대출금은 금융기관을 뒤흔들 수 있다. 시한폭탄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결국 중산층이 붕괴될 수 있다. 그만큼 자영업은 국내 경제의 문제와 직결된다.

자영업의 몰락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사회빈곤층이 단기간에 수백만 명 늘어날 수 있다. 자칫 복지비용으로 나라 재정마저 휘청거릴 수 있다. 정부는 심각하게 대비해야 한다. 다음 정부에 미룰 일이 아니다. K-방역 환상에서 깨어나 자영업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자영업 몰락은 자영업의 문제만이 아니다. 여기에 고용된 사람들도 길거리에 나앉아야 한다. 해고와 동시에 곧바로 고용시장에서 밀려나게 된다. 하루라도 빨리 함께 걸어갈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자영업의 몰락은 고용시장에 새로운 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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