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아들 문준용씨 특혜 논란 살펴보니

청주시립미술관, 17일 기획전 '빛으로 그리는 신세계' 개막
1천500만 원 지원 논란에 문씨 "작품으로 보여줄 것"
미술관 "운영위가 실력·연령대 안배 고려해 선정"

2021.09.12 20:02:08

청주시립미술관

[충북일보] 청주시립미술관이 문재인 대통령 아들인 준용씨를 전시 초청 작가로 선정하면서 이를 둘러싼 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

이번 논란의 골자는 지원금 규모다. 문씨는 작가별로 차등 지급된 500만~1천500만 원의 지원금 가운데 최고 금액인 1천500만 원을 받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문씨를 비롯한 미디어아트 분야 작가 4명에게는 모두 동일한 지원금이 지급됐다.

작가의 이력과 역량도 어느 정도 반영을 하긴 했으나, 분야별로 작품 설치 등 작업 환경과 인건비 등을 고려해 지원금을 차등 책정했다는 게 시립미술관 측의 설명이다. 다른 기관이나 지자체가 통상적으로 지원하는 미디어아트 분야 지원 규모도 고려했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문씨 개인 신상의 문제도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아티스트 피(Artist fee)'의 맹점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주시립미술관 개관 5주년 기획전 '빛으로 그리는 신세계' 포스터.

12일 시립미술관에 따르면 미술관 개관 5주년과 오창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기념해 오는 17일부터 12월 19일까지 기획전 '빛으로 그리는 신세계'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찬란하고 황홀하게', '보이지 않는 눈', '계산된 빛의 유동' 등 3개의 부제로 구성됐다.

문씨는 고(故) 백남준, 이이남, 박기원, 김윤철, 신봉철, 하동철, 우제길, 박진아 등 8명의 작가와 함께 미술관 본관 1층 로비와 2층·3층 전시실에 마련된 '찬란하고 황홀하게' 섹션에 참여한다.

이들 작가는 각각 예술 매체의 고유한 특성을 살려 빛을 표현해 낸다. 문씨와 고(故) 백남준, 이이남 작가의 뉴미디어 작품은 빛의 환영이 공간으로 확산돼 다감각적인 현상을 만들어내는 게 특징이다.

앞서 시립미술관은 사업계획서를 받아 학예실을 통해 작가들을 추천한 뒤 각 분야의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문씨 등을 초청작가로 최종 결정했다.

운영위원회는 국민의힘 소속인 박정희 청주시의회 부의장과 지역대학 미술전공 교수, 건축가, 갤러리 대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선정된 작가에겐 500만~1천500만 원의 지원금이 지급됐다. 운영위는 회의를 통해 분야별 차등 지급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씨의 경우 제작·설치 비용이 많이 드는 미디어아트 특성을 감안해 1천500만 원이 지원됐다.

문씨는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서 세 차례 지원금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 지원을 신청해 서울시에서 1천400만 원을 지원받은 데 이어 지난 6월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업에 응모해 국가 지원금 6천900만 원 수령 대상자로 선정됐다. 일각에서 문씨에게 제기해 온 특혜 의혹이 다시 불거지게 된 배경이다.

이 같은 논란을 인지한 문씨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청주시 예산 1천500만 원을 지원받은 사실을 부각해 보도한 언론에 유감을 전했다.

시립미술관 측에도 문씨를 둘러싼 이번 이슈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이상봉 관장은 "어느정도 논란을 예상하긴 했으나 생각보다 크게 이슈화가 돼 당혹스럽고 또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면서 "문씨 등 참여작가 선정과정에서 외부의 압력과 민원은 전혀 없었고, 원로 작가·젊은 작가의 연령대 안배 등 구색을 갖추는 차원에서 선정한 것으로 모두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지원금 액수 등 논란과 관련해선 "미디어아트 특성상 설치 장비 등을 고려하면 지원금액이 큰 것은 아니다"라며 "작가와 미술관의 바람대로 전시 내용인 작품에 집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과 관련 예술계에서는 답보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아티스트 피(Artist fee)를 거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자체나 기관에서 진행하는 초청 전시의 아티스트 피 안에는 운송비, 설치비 등의 전시에 필요한 부수적인 비용들이 포함되지 않아 곤란을 겪고 있는 예술인들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미술계 관계자는 "아티스트 피를 지급하는 기준이라는 것이 다 제각각이라서 생기는 문제"라며 "시각예술의 장르마다 아티스트 피가 차이가 나는데, 판매하기가 까다로운 개념적인 작업이나 설치미술 하는 작가들, 또는 퍼포먼스가 작업의 주된 설정이 된 작가들이 아무래도 아티스트 피를 많이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논란이 한 작가의 개인 문제로 끝날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체계가 개선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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