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과 수형망신

2021.08.16 15:52:05

[충북일보] 쏟아져 나오는 말이 험하다. 대응책과 다짐은 거칠다. 프레임은 엉성하다. 하지만 기세는 사납다. 움직임은 동시다발적이다. 최근 여당의 태도를 말함이다.

*** 아전인수와 오만 버려야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이번 주 처리할 것 같다. 밀어붙이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민주당은 지난달 13일 국회 문체위에 이 법안을 상정했다. 야당과 사전 협의 없는 기습 상정이었다. 지난주엔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심의를 강행했다. 야당의 반대에 막혀 의결까진 가지 못했다. 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조항에 대한 수정안을 제시한 상태다. 8월 국회에서 처리하는 게 목표다. 여건은 녹록지 않다. 개정안에 대해 야당과 언론, 시민단체까지 반발하고 있다.

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정치입법으로 여긴다. 여권에선 '언론개혁법'이라 부른다. 야권에선 '언론재갈법'이라고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이 사뭇 다르다. 언론계에선 '언론사징벌법'이라 칭한다. 언론계의 반발은 아주 크다. 기자협회 등 거의 모든 언론단체가 반대성명을 냈다. 관훈클럽까지 나섰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우려 논평을 냈다. 언론인들의 집단이기주의로만 몰아붙일 일은 아니다. 이미 가짜 뉴스 등에 대한 언론사의 책임을 묻는 법은 여러 가지 있다. 부족하다면 공론화해 고치면 된다. 일방성은 정파적일 수밖에 없다. 대선 목전에서 의심받을 만한 일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여당의 야심은 어느 정도 성취됐다. 마지막으로 남은 게 언론이다. 개혁이란 이름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언론엔 강제 수사권이 없다. 이 법의 완성은 거기에 잘 어울린다. 언론개혁이란 어휘의 의미가 이중 보호망 구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소송은 남발되고 보도는 위축될 게 뻔하다. 당장 내년 대선이 걱정이다. 이 법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한다면 현실은 우울하다. 언론사와 기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유투버와 1인 미디어 활성화 가능성은 훨씬 크다. 정파성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사이버 레커'(Cyber Wrecker)들의 질주만 더 요란해 질 수 있다.

언론은 민심의 등에 올라 있다. 민심의 내면은 여러 가지다. 거기엔 언론에 대한 원망과 불만도 있다. 그래도 언론에 거는 기대를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다. 우선순위도 뚜렷하다. 언론통제 이전에 정권의 탐욕과 폭주 막기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불공정의 신세계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민심은 언론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인터넷 발달로 언론의 속보 경쟁이 심해졌다. 무책임한 가짜 뉴스도 많아졌다. 가짜 뉴스로 인한 피해자 구제는 강화돼야 한다. 그렇다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방식은 아니어야 한다. 언론은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하는 자유"로 불리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여당의 폭주를 가능케 한 건 언론이다. 여론의 지지가 높은 이유도 비슷하다. 기자들은 오랫동안 '무관의 제왕'으로 불렸다. 실제로 그런 허위의식에 사로잡혀 사는 기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럴 일이 없다. 사회가 이미 그렇게 여겨주지 않는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떨어져버린 상태다. 아무튼 어떤 이유에서든 민주주의의 근간이 해를 입어선 안 된다. 아전인수와 오만은 언제든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물줄기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영원한 승자란 없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

*** 현실 바로 보고 경계해야

장자의 우화를 떠올린다. 수형망신(守形忘身)이라는 글귀가 오버랩 된다. 제 방식을 고수하다 몸의 위험을 잊는다는 뜻이다. 노래만 하는 매미를 향해 사마귀가 살금살금 다가간다. 그 사마귀를 공중의 까치가 노린다. 저 멀리 사냥꾼이 활을 들어 까치를 겨냥한다. 눈앞의 먹잇감에만 몰두하다 남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풍자하는 우화다. 여당은 지금 자기들끼리 신념을 주고받느라 여념이 없다. 주변의 정세를 살피는 데는 관심이 없다. 마치 한 가지를 위해 정신을 놓아버린 것 같다. 지금은 언론중재법 처리에 빠져 있다.

민주당은 현실을 바로 봐야 한다. 여당 하는 재미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멀리서 날아오는 화살을 봐야 한다. 나를 향한 독화살일 수도 있다. 누구를 위한 법률 개정인가. 수형망신의 교훈을 새겨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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