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부터 살려내자

2021.08.02 17:06:19

[충북일보] 폭염의 기세가 대단하다. 고통스러운 더위다. 곳곳에서 한숨이 나오고 있다. 깊어진 경기 침체의 여파가 드러난다. 자영업자들의 여름나기가 고통이다. "짧고 굵게"는 불가능할 것 같다.

*** 자영업 위기는 지역의 위기

절대 다수의 자영업자들이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부는 참고 견디고, 일부는 좌절하고 있다. IMF 시절보다 더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방역에 동참한 자영업자들은 빚을 내서 근근이 버티고 있다. 최악은 더 이상 없을 것이란 희망으로 버텼다. 하지만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는 형국이다. 지난 3월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가 많은 걸 웅변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천545명 중 1천477명(95.6%)이 코로나19 전에 비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평균 매출 감소 비율도 53.1%에 달한다고 응답했다. 매출이 반 토막 난 곳도 수두룩하다. 폐업을 고려하는 이들도 많다.

자영업의 몰락엔 수도권과 비수도권 구분이 없다. 모두 막장에 몰려 비명을 지르고 있다. 수도권에선 현재 강력한 4단계 거리두기가 시행 중이다. 충북에선 3단계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진정 기미가 안 보인다. 되레 곳곳에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일종의 풍선효과 때문이다. 그 바람에 자영업자들만 속절없이 죽어나고 있다. 여전히 벼랑 끝에 서서 절규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 여부에만 몰두해 있다.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자영업자들 구제엔 소홀하다. 물론 정부와 지자체가 아주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소위 재난지원금이라는 걸 때때로 나눠줬다. 위축된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하지만 지원 방식에 대해 논란이 일곤 했다. 이번에도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선별적 지원과 보편적 지원은 둘 다 장단점이 있다. 어느 쪽이 맞는지를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확실한 건 있다. 주변의 자영업이 큰 타격을 입으면 지역 공동체 붕괴로 이어진다. 자영업자 우선 지원 정책을 펴야 한다는 논리의 근거는 여기 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자칫 이대로 가다간 간신히 지탱해온 손을 놓을 수도 있다. 자영업자들의 삶이 더 버틸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먼저 추경과 조세, 방역정책에서 자영업자 지원 비중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 자영업의 위기는 지역경제의 위기를 초래한다. 더불어 국가 경제에도 큰 위협이다. 경제와 상권은 한 번 무너지면 복원이 쉽지 않다. 더 늦기 전에 자영업을 지원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대출 지원 말고, 보상금과 같은 직접적인 무상 지원이 절실하다. 함께 사는 세상이다. 자영업자들은 내 이웃이다. 이웃과 함께 버틸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야 한다. 자영업이 전체 고용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높다. 2019년 기준 국내 자영업자 비중은 24.6%다. 미국(6.1%), 일본(10%), 독일(9.6%) 등에 비해 아주 높다. OECD 평균(16.8%)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도·소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의 개수만 더해도 230만여 개다. 2명씩만 해도 460만 명가량의 고용이 창출되는 셈이다.

*** 데이터 기반 파격 지원 필요

자영업자들의 비명이 그쳐야 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지 짐작조차 어렵다.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은 공감적 시대정신이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 대한 의무다. 파격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지자체들도 나서 보호막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이웃이 무너지면 나도 무너지게 마련이다. 곧 지역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청와대에서 민생경제장관회의를 주재했다. 당초 전망과 다르게 전개되는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금의 상황은 문 대통령의 기대처럼 "짧고 굵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경제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불황이 길어질 경우 그럴 수 있다는 예측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자영업자들이 밀린 빚을 갚고 재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래도 정부나 지자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한다. 나보다 남의 행복을 기원하는 보살심(菩薩心)으로 나서야 한다. 행복은 손이 닿는 곳에 있는 법이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