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참외

2021.07.22 23:32:20

참외
           서용례
           충북시인협회 이사



네가 먼저 와 있었다

아무리 기별을 보내도 소식이 없더니
시장 한복판에서
고운잇속 가지런히 웃고 있었다

골짜기마다 시냇물이 흐르고
노란 별꽃들이 부려 논 꽃 더미 속에서
푸른 바람 기꺼이 맞이하며
찾아오는 벌들과 담소도 하면서
네게도 무수한 시간이 보태여 졌다

주머니에 감추고 감춰도 들키는 넝쿨 손
진실만이 네가 자란다는 것
너는 햇살에게 말해주었지

배꼽 빠질까 꼭 쥐고
해맑은 아이처럼 웃는
네가 먼저와 있었다는 걸

바람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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