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뚝', 공무원은 '쑥'

2021.07.22 16:26:04

신한서

전 옥천군 친환경축산과장

이 정부 들어 옥천군 공무원이 70여 명이나 늘어났다. 인구는 점점 줄어 5만 명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다. 그런데 오히려 공무원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 그것도 간부 공무원 증가가 눈에 띈다. 4급 서기관이 무려 부군수를 비롯해 모두 5명이나 된다. 지금부터 23년 전 1997년 12월 정부는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 금융을 신청한다. IMF 국가 부도 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많은 기업이 줄 도산했으며 실업률이 폭등하는 최악의 경제 위기가 밀려왔다. 기업들은 물론이고 공공기관, 공무원부터 강력한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됐다.

1997년 12월 15대 대선에서 야당 후보였던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됨으로써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IMF 자금을 지원받아 강력한 경제개혁에 착수했다. 이 당시 시중은행 금리는 연 30% 가까이 상승했다. 공기업들이 민영화되면서 인력 20%가 감원되는 된서리를 맞게 된다.

일반 기업들도 명예퇴직과 희망퇴직 제도를 강력히 추진해 대규모 해고 사태가 일어난다. 민간 사회단체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의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한다. 마침내 1998년 12월, IMF 긴급보관금융에 18억 달러를 상환하면서 1년 만에 금융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당시 우리 옥천군에서는 공무원 구조조정을 어떻게 단행하였는지 잠시 시계를 돌려보자.

정부가 먼저 강력한 의지를 보인다. 1998년 6월 우선 지방공무원법을 개정해 공무원 정년을 조정했다. 5급 이상은 61세에서 60세로, 6급 이하는 58세에서 57세로 한 살씩 정년 연령을 낮췄다. 또한, 행정자치부에서는 공무원 구조조정 표준안을 전국 지자체에 시달했다. 이와 같은 정부 차원의 강력한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같은 해 7월 옥천군 공무원 정원은 총 697명이었다. 이 중 13%에 해당하는 92명을 감축하겠다는 1단계 계획을 발표한다. 그리고 바로 8월에 대상자들을 본관 3층 한 사무실에 대기발령을 했다. 그 덕분에 필자는 7급으로 청산면 산업팀장 직무대리를 하게 된다. 현재는 보직을 받지 못한 6급이 수십 명이나 된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당시 훈련소 대기병처럼 강제로 대기발령을 받고 줄담배를 피워대던 선배들의 초라한 모습이 지금도 가슴이 짠하다.

2000년 7월 우여곡절 끝에 1단계 구조조정을 완료한다. 697명에서 117명을 감축한 580명으로 정원을 축소한다. 행정기구는 2실 17과 106 담당에서 2실 14과 97 담당으로 3과 9 담당이 감축되었다. 이때 미화 요원들이 전원 민간위탁 됐고, 일용직. 청원경찰 상당수가 감축됐다. 읍면 기능 전환을 단행해 지방세, 환경, 복지업무가 본청으로 이관됐다. 이때 부·읍면장을 폐지하고 계장의 결재 권한을 없애기도 했다. 이때 농촌지도직도 37명에서 10명이나 대폭 감축해 오늘에 이른다.

2001년 7월, 2 단계 구조조정은 1단계 정원 580명에서 32명을 감축한 548명으로 확정했다. 이로 인해 연간 51억 원의 인건비를 절감하게 됐다.

최말단 9급 공무원 한 명도 군수 마음대로 증원이 불가능하다. 정부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현재 옥천군 정원은 707명으로 그때보다 무려 169명이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명 하에 2년간 약 70명이 늘어났다. 연간 인건비 증가분만 약 2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국적으로 늘어난 공무원 수가 무려 10만여 명이나 된다. 이 정부의 국가 운영에 대한 기본 철학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공무원이 급속히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머지않아 지방 소멸의 파도가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공무원을 묻지마 식으로 늘려도 되는 건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국장, 과장 등 간부공무원이 늘어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좀 늦었지만, 이제라도 IMF 때 김대중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공무원 구조조정을 반면교사로 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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