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년차 식물방제관이다

2021.07.26 18:10:12

우수영

충주시농업기술센터 지방농촌지도사

즐거운 대학생활은 빠르게 흘러가고 어느덧 나에게도 진로를 고민할 시기가 왔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길 원했던 나는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했고 25세에 공무원이 됐다.

2019년 충주시농업기술센터로 첫 발령을 받은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완벽한 생활에 만족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환상이 맞아 떨어지는 듯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서툰 면이 있었지만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큰 어려움 없이 업무를 처리하고 주말에는 나만의 자유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런 나날이 계속될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던 4개월 차, '과수화상병'이 시작됐다.

지금은 어느 농업인에게 물어봐도 과수화상병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 당시 과수화상병은 충주에서 생소한 병이었다.

나무 한 주가 감염되면 나머지 나무에도 순식간에 퍼지는 마치 코로나와 비슷한 병. 게다가 코로나는 나을 수 있지만 화상병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한 과원에 1주라도 양성이 나오는 즉시 과원전체 매몰이었다.

과수화상병은 2018년 시작됐고, 2019년도 발병률은 더 커졌다.

2020년은 거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도 거세게 진행 중이다.

과수화상병은 신속한 대응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해 나는 본격적인 과수화상병을 퇴치하기 위한 식물방제 전문교육을 받아 '식물방제관' 자격을 취득했다.

식물방제관은 화상병 신고가 들어오면 먼저 현장에서 화상병 검사를 진행하고 검사 결과가 양성이 나왔을 때 방제관이 판단해 과수원 매몰 여부를 결정하고 나무 주수 조사, 근경 조사를 실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일매일 늘어가는 신고에 주말, 휴일 없이 통풍도 잘 되지 않는 방제복장을 입고서 몇 천, 몇 만평 되는 과원을 오갔다. 특히 과원에 심겨진 나무들의 수를 직접 하나하나 세고, 톱으로 자르고, 나무근경을 재는 과정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하루는 온도가 32도가 넘나드는 날씨에 경사도가 있는 1만2천 평의 산에 1천주 정도 되는 사과나무를 심은 농가에서 양성이 나왔다.

머릿속엔 오직 "이런 힘든 날이 언제쯤이면 끝날까"만 생각하며 상당히 지친 일상을 보냈다.

나 혼자 만이 아니라 센터 직원 모두 고생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직원은 화상병 담당 팀원이었다.

결혼식을 앞두고 사진을 찍어야하는 시기에 손만 유독 새까맣게 타 사진에도 심하게 보일 정도로 고생하셨던 모습이 기억난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가장 힘든 사람들은 생계를 잃게 된 농업인들이었을 것이다.

몇 십 년 애지중지 키우고 지켜오던 과원이 과수화상병으로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농업인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을 텐데 화가 나고 슬퍼하면서도 결국엔 직원들을 따라준 농업인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화상병의 신속한 처리절차에 대한 고민과 화상병은 단순히 매몰작업이 끝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향후 농업인의 방향을 잡아주는 지원 등 대책을 세우는 직원 분들의 모습을 보며 농촌지도사로서의 사명감을 3년차가 되어서야 깨닫게 됐다.

앞으로 과수화상병이 끝나더라도 다른 재해가 찾아올 수 있겠지만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보다 더 잘 대응해낼 수 있도록 발전하고 노력해야겠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