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이의제기' 놓고 엇갈린 분석

중기중앙회 "중기 경영상황 악화… 재심의 요청"
1988년 이후 '재심의 0회'… 올해도 가능성 희박
"경제계 위기상황 환기… 향후 최저임금 논의 근거"
일각선 "경제위기 최저임금·정부탓 전가 포석"

2021.07.20 20:40:04

[충북일보] 중소기업중앙회가 최저임금 이의제기를 통해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받아들여진 적 없는 '재심의'를 또 한 번 요청했다.

이번에도 재심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기중앙회가 사실상 '가능성 제로(0)'임에도 이의를 제기한 것을 두고 '중소기업계 위기에 대한 간절한 호소', '경제위기 책임 전가를 위한 포석'이라는 상반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올해보다 5.1%(440원) 오른 2022년 최저임금 9천160원은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고용노동부에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중기중앙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최저임금 지급 주체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의 일자리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사업 종류별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기중앙회는 이의제기 사유서 말미에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에 취약계층의 일자리와 중소기업의 경영상황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지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최저임금의 적정 수준을 다시 심의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라고 적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내년도 최저임금과 관련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이의제기를 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중기중앙회의 '간곡한 요청'과 경총의 이의제기 방침에도 최저임금에 대한 재심의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올해까지 사용자·근로자측이 20차례가 넘는 이의를 제기했지만 단 한 번도 재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재심의를 위해선 우선 고용부 장관이 '인정'한 뒤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현재까지 재심의 사례가 없었다는 얘기는 '고용부 장관 문턱'조차 넘기 힘들다는 얘기다.

고용부 장관 문턱을 넘게 되면 재적위원 27명 중 과반수(14명 이상)가 출석해 3분의2(1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9천160원이 이미 합의를 통해 도출된 결과인만큼, '공익위원'이 재심의에 긍정적일 거라고만 예상할 수는 없다.

최저임금 1.5% 인상이 결정된 지난해엔 사용자·근로자측의 이의제기가 없었다.

2년 전인 2019년엔 한국노총이 인상률 2.9%를 놓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앞서 3년전인 2018년엔 10.9%, 4년전인 2017년엔 16.4%의 인상률을 놓고 경총·중기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가 각각 이의를 제기했지만 허사로 돌아갔다.

결국 올해 중기중앙회의 이의제기는 중소기업계의 위기상황을 전달한 수준에서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

중기중앙회가 '올해도 안 될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의제기를 한 데는 '한 수 앞'을 내다본 움직이라는 분석이다.

도내 경제계 한 인사는 "최저임금이 동결된 해는 없었다. 게다가 최저임금은 한 번 결정되면 사회적 파급력 때문에라도 바뀌기 힘들다. 기업인들이 왜 모르겠는가"라면서도 "중기중앙회가 그럼에도 이의를 제기하고, 경총도 이의제기 움직임을 보이는 건 기업인들의 위기상황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2023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시기가 닥쳤을 때도 경영계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면 이는 '동결' 또는 '최소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를 최저임금 인상과 정부 책임으로 돌리기 위해서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도내 한 대기업 협력사 관계자는 "중기중앙회의 호소와 이의제기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 국내 경제가 활기를 찾지 않는 이상 지속적으로 유효한 주장이자 요구"라며 "중기중앙회가 우려한 상황들이 내년 국내 경제계에 나타난다면 '재심의를 하지 않은 정부로 인해 벌어진 일'로 만들기 위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시점에서 재심의를 하든 안하든 기업인들의 책임의 화살은 정부로 향하게 됐다"며 "자구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기업인들도 최저임금과 정부탓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 성홍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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