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경로당 지속적 개방 방안 찾아야

2021.07.15 20:51:32

[충북일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올라갔다. 각종 부작용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먼저 노인들이 갈 곳을 잃었다. 적절한 휴식공간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폭염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대피처인 경로당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충북 등 비수도권 지역도 긴장하고 있다. 수도권의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지자체마다 폭염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충북 상황도 다르지 않다. 그동안 각 지자체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경로당에 무더위 쉼터를 마련해 왔다. 경로당은 특히 노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무더위 대피처다. 충북도내에는 모두 4천180곳의 경로당이 있다. 충북도는 14일과 15일 이틀간 폭염에 따른 피해 예방을 위해 사전 특별점검을 벌였다. 점검 대상은 도내 무더위쉼터 2천986개소와 그늘막 592개소 등이다. 주요 점검사항은 에어컨 가동 여부, 코로나19 대비한 방역대책 수립·운영 수칙 준수 여부, 관리자 지정여부, 생수 공급·부채 제공 등 무더위쉼터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이다. 코로나19 관련 경로당 재개관 후 눈에 띄는 변화는 여러 가지다. 그 중 하나가 방 한쪽에 마련된 싱크대 풍경이다. 조리도구는 물론 예전에 사용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이곳에서 점심과 저녁에 음식을 요리해 함께 먹는 일이 많았다. 물론 지금은 취사·식사가 금지됐다. 경로당 운영시간이 단축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조금 불편해도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려는 자세가 경로당 청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수고로움을 감내하는데서 나온 결과다.

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사람을 통해 급속도로 퍼진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 감염병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경로당도 마찬가지다. 노인들의 걱정이 다시 커지는 이유는 여기 있다. 현 상황에서 경로당 이용 자체가 위험하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충북도 등 도내 각 시·군은 고령층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자 노인시설 운영을 확대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상황이 악화되면서 고민하고 있다. 도내 노인여가복지시설 재개율은 경로당 80%, 노인복지관 100%, 노인교실 12.5% 정도다. 충북도는 최근 백신 접종 후 14일 경과 시 경로당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일선 시·군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노인시설 운영 준비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말 노인들의 일상회복을 위한 '코로나19 유행대비 노인 여가복지시설 대응지침'을 마련했다. 이를 근거로 전국 지자체에 그동안 휴관했던 경로당 등의 시설 운영을 재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전국의 지자체는 지난 6월부터 굳게 닫혔던 경로당의 문을 하나둘씩 열었다. 충북도 그 때부터 하나 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운영 시간은 오후 1~5시까지다. 이용자는 상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1~2m 거리두기 등 방역사항도 지켜야 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노인들의 생활공간인 경로당도 오랫동안 폐쇄됐다. 서로에게 위안이 됐던 친구들과 관계마저 단절됐다. 문을 열 기미는 쉽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몇 달 전부터 문이 열려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다시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노인들의 불안감은 다시 커지고 있다. 앞서 밝힌 대로 노인들의 심리 안정은 중요하다. 뭐든지 있을 때는 소중함을 잘 모른다. 노인들이 지금 그걸 절감하고 있다. 무더위가 다가오고 있다. 경로당은 노인들의 쉼터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다. 특히 홀몸노인들은 그동안 경로당을 통해 먹거리와 외로움을 해결해 왔다. 집에만 있을 땐 아팠던 몸도 경로당에 오면 괜찮아지곤 했다. 노인들은 그렇다. 노인들에게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게 외로움이다. 경로당은 이런 외로움을 해소하는 공간이다. 그저 사랑방 정도가 아니다. 노래와 댄스 등 각종 취미·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노인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필수적인 공간이다. 폐쇄 결정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경로당의 무조건적 폐쇄는 없어야 한다. 반드시 먼저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와 관리로 지속적 개방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노인 고독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때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