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마저 무시한 대학교수들의 일탈

2021.07.13 21:05:26

[충북일보] 대학교수 사회의 언행불일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충북도내 국·공립대학교 교수 19명이 공무 외의 목적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였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전 국가·지역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린 상태다. 학교에선 원격수업이 진행됐다. 그런데도 이들은 방학은 물론 학기 중에도 공무가 아닌 사유로 해외를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배준영 의원은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수업 등을 기회로 국·공립대 일부 교수들이 공무 외적인 해외여행을 떠나 학생과 학부모, 국민들 허탈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3일부터 12월 31일까지 공무 외 해외출장(자율연수) 또는 개인여행 등은 모두 190건이었다. 대학별로는 △서울대 49건 △전북대 23건 △경북대 22건 △충남대 19건 △인천대 11건 △충북대 11건 △창원대 11건 순이다. 충북지역 국·공립대 전체로 보면 충북대가 1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국교통대 4건, 한국교원대 3건, 청주교육대 1건 등이다. 이들은 모두 정부의 해외여행 자제 권고에도 해외여행을 감행했다. 심지어 학기 중에도 공무 외의 목적으로 해외를 다녀온 교수도 있다. 배 의원은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래 전 국민은 '코로나 블루'가 생길 정도였고, 대부분의 기업들도 경제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침에도 '해외출장 자제령'을 내릴 만큼 엄중한 시기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공립 대학 일부 교수들이 공무가 아닌 개인 일정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을 국민들이 좋게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대학교수들의 이번 행위는 일종의 일탈(逸脫)이다. 향원(鄕原)과 몰염치(沒廉恥)란 단어가 동시에 떠오른다. 향원은 공자가 논어에서 처음 한 말이다. 이 단어에 대한 맹자의 정리가 단호하다. '향원은 행실은 염치가 있고 고결한 것처럼 보여 뭇 사람들이 그를 환호하지만 사회적 위치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추구하고 선비의 본분인 사회정의 실현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사이비 지식인이다.'라고 했다. 한 마디로 이기주의와 언행불일치, 독선주의자다. 덧붙이면 도덕을 파괴하는 사람이다. 향원은 논에 있는 피와 같은 존재로도 비유된다. 피는 벼와 매우 비슷하게 생긴 잡초다. 노련한 농부가 아니라면 열매를 맺을 때까지 구별하지 못할 수도 있다. 피는 벼의 성장을 방해한다. 향원도 사이비 지식인으로서 사회에 큰 해를 끼친다. 대학교수는 사회 지성의 모범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보인 일부 대학교수들의 행태는 한없이 몰염치 했다. 염치는 청렴할 염(廉)과 부끄러울 치(恥)가 합쳐진 말이다. 국립국어원은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고 정의했다. 일반적으로 남에게 신세를 지거나 폐를 끼치거나 할 때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상태를 말한다.·염치의 반대말로 파렴치(破廉恥)나 몰염치가 쓰이고 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말을 듣는 걸 부끄러워한다. 그런데 대학교수들의 몰염치가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물론 한 두 번이 아니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신이 하면 로맨스인 꼴이다.

염치와 몰염치는 딱 한 끗 차이다. 양심이 있고 없고에서 나온다. 지난해 연말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가 아시타비(我是他非)다. '나는 옳고, 다른 이는 틀리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 대학교수들의 행위는 결코 옳아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행한 일로 여기기도 어렵다. 세상에 드러나는 자기의 언행을 통해 평가받으라는 '감어인(鑒於人)'의 교훈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그저 자기만은 특권을 누려도 된다는 생각에서 나온 일탈일 뿐이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란 말이 있다. "스스로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하고,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하라"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에 일부 대학교수들은 남에게는 서리처럼 엄했지만 자신에겐 봄바람처럼 부드러웠다. '대인추상 지기춘풍'이었다. 한없이 부끄러운 행동을 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크게 반성해야 한다. 그게 사회 대표 지성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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