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 선언'과 윤석열 출마 선언

2021.06.29 16:28:54

[충북일보] 1987년 6월 청주시내 곳곳서 시위가 벌어졌다. 충북도청~사직동 시계탑, 사창사거리 등 주요 도로에는 학생과 직장인이 대거 몰려 '독재 타도'를 외쳤고, 경찰들은 최루탄과 지랄탄으로 시위 진압에 나섰다. 당시 국민들의 요구는 직선제 개헌이었다.

군부독재에 저항

1979년 12월 12일, 육군 내 불법 사조직인 하나회의 멤버 전두환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정권을 잡은 신군부는 간접 선거를 통해 전두환을 임기 7년의 대통령으로 뽑았다.

국민들은 군부독재에 저항했다. 전두환은 경찰력을 동원해 6월 민주항쟁을 진압하려고 했지만, 갈수록 커지는 국민들의 저항과 민주화 요구를 이겨낼 수 없었다.

결국 집권 여당인 민주정의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는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6·29 민주화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는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을 직접 선거로 선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야당의 정치 지도자인 김대중의 활동 제한 조치 해제, 민주화를 요구하다 감옥에 갇힌 사람들의 석방, 언론 자유의 보장, 사회 각 부분의 자유와 자치 보장, 대학의 자율화와 자유로운 정당 활동 보장 등도 담겼다.

같은 해 12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 국민들의 바람과 달리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은 노태우였다. 불과 6개월 전 국민들의 피와 분노로 쟁취한 직선제에도 불구하고 노태우가 당선된 것은 야권의 분열이었다.

여당 후보인 노태우에 맞선 김영삼과 김대중은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이후 김영삼은 3당 합당, 김대중은 'DJP 연합' 등을 통해 순차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군부 독재 이후 등장한 정권은 대부분 연합정권이었다. 김영삼~김대중에 이어 당선된 노무현은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 민주주의를 보여준 첫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친노(친노무현)',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 정권은 모두 계파 연장에 실패했다. 이제는 내년 3월 9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 '친문(문재인)'의 대선구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매우 흥미롭다.

집권여당은 지금 매우 초조해 보인다. 내년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1987년 12월 야권 분열로 노태우가 당선된 사례가 내년에도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런 구도 속에서 6월 29일 여야의 대선레이스가 본격화됐다. 야권의 강력한 대항마격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날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다.

이로써 여권은 이재명·이낙연·정세균, 야권은 윤석열·최재형·홍준표 등이 향후 대선레이스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언제 어느 때도 나타날 수 있는 각종 변수로 인해 여야 유력 후보군은 수시로 바뀔 가능성은 여전하다.

6·29 출마선언의 의미

윤석열이 34년 전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쟁취한 '6·29 선언'의 의미를 의식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굳이 6월 29일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이 이를 모르고 날짜를 정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의식했다면 윤석열은 현재의 문재인 정부를 전면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심지어 1987년 6월 29일과 비슷할 정도로 매우 엄중하고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출마선언 내용만 보아도 그렇다. 그는 무도한 행태, 부패하고 무능, 국민 약탈, 거짓 선동 등의 자극적인 언어로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여권 일각에서 검찰총장 임명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을 정도다.

윤석열은 이제 혹독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쩌면 모진 풍파 속에서 중도포기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 정치 경험이 없는 대통령 후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방법은 하나다. 역대 대통령들이 보여줬던 연대(連帶)를 강력히 실천하면서도 초심(初心)을 잃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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