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분갈이

2021.06.16 20:06:28

분갈이
             조미애
             표현문학회장



이제라도 나누기로 했다
본래 한 분에 뿌리를 내렸으나
오래전 서로 다른 땅에서 들여온 나무들이다
멀쩡하게 서 있었지만 알 수 없는 부정합에다
넓어지는 잎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줄까 두려웠다
뿌리는 엉겨 붙어 시작과 끝이 어디인지 단단히 덩어리진 것을
두 포기로 나누어 인위적인 독립을 도모하고 보니 오래전부터
여기가 제 자리였던 양 짧은 파장의 전자기파로 보호막을 친다
이제 뾰족한 부리 같이 돋아나는 잎은 걱정 없이 자랄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이 더 이상은 의미 없는 소모성 영역 다툼은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니 비로소 안심이 된다
한 집에 두기보다는 나눠 돌려보내야 살 수 있는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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