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봄 날 저녁

2021.05.13 18:50:41

봄 날 저녁
          유명화
          충북시인협회 사무국장



왼종일 들일하고 오신엄마
한 바가지 감자 얹어 지은 밥
마당에서 멍석 깔고 먹는다.

풀어 헤친 연기가
담을 넘고
버섯 닮은 초가지붕엔
저녁 별 마중하는 하얀 박꽃

숟갈 총 끄트머리 작은 보름달은
반달이 됐다가 꿀떡이 되는데
간장 종지 물 대접
가득 차려진

은색 달빛을
숟가락에 수북이 퍼서
자꾸만 먹어도
줄지 않는다.

하늘에 등을 달고
따뜻한 봄날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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