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스승찾기 서비스도 멈췄다

충북도교육청 교사정보공개 동의율급락
2018년 78%→2019년 70%→2020년 7%
올해 5월 현재 3%수준으로 더 떨어져

사제지간 순수한 정(情)마저 사라질 판
원격수업·방역에 녹초…심적 여유 없어

2021.05.13 20:15:57

[충북일보] "교사들이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방역과 원격수업에 2년째 매달리다보니 너무 지쳐 제자들을 만나고 싶은 심적 여유마저 사라진 것 같습니다."

스승의 날을 전후해 제자가 옛 스승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충북도교육청 '스승찾기' 서비스에 대한 교사들의 개인정보공개 동의율이 2020년 이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스승과 제자 사이 심리적 거리까지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서글픈 진단이 나온다.

13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스승찾기' 서비스에 개인정보를 공개하는데 동의한 도내 공립학교 교사비율은 2018년 78%, 2019년 70% 수준이었으나 코로나가 발생한 지난해부터 7%대로 급락하다 올해는 3%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도내 교사 대부분이 제자들의 스승찾기 서비스에 개인정보공개를 극도로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지난해 3월 도내 공립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스승찾기 개인정보공개 동의서를 받았다. 하지만 3~4월 원격수업이 진행되고 재택근무를 시행하다보니 학교에서 교사들의 서면동의를 받고 취합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더욱이 올해는 학교업무를 줄이고 간소화하는 차원에서 교사가 직접 도교육청 스승찾기 시스템에 접속해 동의하도록 개편하면서 참여율이 더 낮아졌다"고 밝혔다.

교사들이 개인정보 공개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도내 중학교 A교장은 "코로나 확산으로 교사들이 학교방역과 원격수업에 집중하면서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트레스가 쌓여 녹초가 돼 버렸다"며 "여기에 툭하면 터져 나오는 학교폭력 미투(me to) 문제와 소위 김영란법 시행이후 스승의 날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각, 갈수록 심각해지는 교권침해에 대한 우려 등이 복잡하게 얽혀 '만사가 귀찮다'는 심리로 표출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순수하게 사제 간의 정(情)을 그리워하는 제자들은 스승찾기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여러 경로를 통해 스승에 대한 정보를 알아낸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은 현재 홈페이지에 '스승찾기' 게시판을 개설하고 제자들의 옛 스승 찾기를 지원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찾을 수 있는 스승은 충북도교육청 소속 학교나 교육기관에 재직 중이면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9조와 개인정보보호법 17조에 따라 개인정보공개에 동의한 교원으로 한정된다.

스승찾기 서비스 도입 초기와 달리 개인정보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교원과 퇴직교원은 조회되지 않는다. 도교육청 해당 부서로 전화문의를 해도 알려주지 않는다.

A교장은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교사들의 개인정보공개 동의비율은 더 낮아질 것"이라며 "이참에 스승찾기 서비스를 아예 폐지하고 대한적십자사가 매년 스승의 날을 기념해 시행하고 있는 '선생님께 쓰는 편지 공모전'같은 것을 도입해도 좋을 듯하다"고 제안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스승찾기 서비스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던 측면도 있다"며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서 옛 스승을 찾으려는 전화가 많이 온다. 지극히 순수한 마음에서 스승을 찾으려는 제자들을 위해서라도 이 서비스를 없애기보다는 스승찾기 순기능을 살려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종억기자 eok5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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