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관리과는 지금도 비상

2021.05.12 17:34:59

육민성

청주시 산림관리과 주무관

지난 3월 청주시 녹지직 공무원으로 신규 임용돼 산림관리과에 발령을 받았다. 산불조심 강조 기간(2021년 2월 1일부터 2021년 5월 15일)이라 산림관리과는 오후 9시까지 선배 공무원들이 근무 당번을 정해 비상근무를 하고 있었다.

임용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수녕양궁장 근처 산림공원 주변에서 산불이 발생해 현장에 나가게 됐다. 근무하고 경험하는 첫 산불이다 보니 현장에서 우리는 무슨 일을 할까 궁금증이 생겼다. 소방대원은 물론 경찰, 산불진화대, 산불감시원, 공무원, 주변 주민 등 많은 이가 현장에 투입돼 산불을 끄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같이 현장에 출동해 산에 올랐던 동료 주무관이 산불 초기 진화에는 헬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다니기 편한 등산로만을 통해 산불 발생지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숲속에 작고 큰 나무들 속을 헤치며 진화 장비들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뉴스에 나오는 대형 산불이 아니기에 그다지 심각성을 느끼지 않고 있었는데 산불 현장에 다녀온 후로 다른 생각을 갖게 됐다. 산불에는 큰 산불, 작은 산불이 없다는 것이다. 작은 산불을 조기에 진화하지 못하면 큰 산불로 번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그것이다. 하지만 이 필연적인 당연함을 막으려고 많은 이들의 피와 땀방울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산에서 화기(火器)를 잘못 다루는 등 나의 부주의한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재산 피해를 불러올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의 노력을 필요로 하게 될 수 있다. 누군가가 가지고 있던 조그마한 불씨 하나가 산 하나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커다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인명 피해도 발생한다. 현장에서 정신없이 불을 끄기 위해 노력하다 주변 나무에서 떨어지는 가지에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고 초기 진화를 위해 투입한 헬기에서 떨어지는 물과 잔돌로 인해 작업하던 공무원들이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이것은 실제 상황이다. 녹지직 공무원이 되기 전까지 산불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남의 일처럼 안일한 마음을 가졌던 점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나는 이제 또 다른 꿈을 위해 짧은 공무원 생활을 접고 다른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두 달도 안 되는 생활이었지만 그동안 적응 잘하라고 응원해 주셨던 선배 공무원들, 팀장님과 과장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이 시간에도 산림관리과 선배 공무원들은 청주시의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산불비상근무를 하고 있을 것이고 산림경영계획 인가와 산지전용으로 인한 상담, 가로수로 인한 불편사항 상담, 생활하는 데 피해를 주는 나무를 베어달라는 민원인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것이며 산림관리과의 산림 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이제 청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산에는 작은 화기(火器)도 지니고 가지 않기, 등산 쓰레기 되가져오기 등 산림보호를 위해 작은 실천부터 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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