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는 변화의 시작일 뿐이다

2021.05.11 20:14:13

[충북일보] 고교학점제가 일선 학교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교사들의 반대도 심하다. 실제로 전국 중고교 교사 10명 중 8명이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은 최근 전국 중고교 교사 65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83.1%(540명)가 고교학점제에 반대한다고 답한 걸로 나타났다. 고교학점제 연구·시범학교에 미리 근무한 교사의 반대율도 81.4%에 달했다. 주된 이유로 일선 학교의 준비 부족을 꼽았다. 기존 입시제도와 괴리도 큰 문제로 떠올랐다.

고교학점제는 100여 개의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해 대학처럼 학점 이수로 고교를 졸업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다. 2025년 전국 고교에 일제히 도입된다. 기존의 획일적인 주입식 수업이 아니다. 개개인에게 맞춘 개별화 교육이 핵심이다. 그러나 전면 도입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시각이 많다.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의 수시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 그런데 현행 대학입시 체계는 여전히 수능 중심의 정시 확대 기조다. 수능 비중이 커질수록 일선 학교는 대입에 유리한 교과목들로 수업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전면 시행 전 수능 체계의 방향만이라도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쯤에서 수능 개편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고교학점제에 맞는 수능 형태를 구체적으로 내놔야 한다. 지금 상태로 그냥 두면 고교학점제가 유야무야될 수도 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를 통해 키워나갈 학생 역량을 수능이 어떻게, 어느 영역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대학의 인재 선발 자율성을 인정해주고 다양성 속에서 공정성을 찾는 게 중요하다. 최소한 수능 최저등급을 완화하거나 수시에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게 좋다. 그래야 고교학점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

고교학점제는 결국 갈 수 밖에 없는 길이다. 문제는 철저한 예행연습 없이 시행된다는 점이다.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전략적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는 지역이나 학교 간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교원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한다. 교원 수가 개설 과목 수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자칫 또 다른 서열화를 불러올 수 있다. 충북만 해도 지역에 따라 교육의 질적 차이가 크다. 읍·면지역은 실제로 대도시보다 교육과정 다양화가 불리한 게 사실이다. 고교학점제가 지향하는 큰 방향은 궁극적으로 미래교육, 책임교육, 교육자치다. 하지만 인구 감소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이 이뤄질까 하는 우려도 있다. 고교학점제는 지역교육을 살리는 기회여야 한다. 균형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고교학점제를 학교 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교원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교원 양성에 더 적극적인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 다시 말해 학생들이 과목에 대한 선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교육부는·학점제·수요를·고려한·새로운·교원·수급·기준을·마련한다는·방침이다. 하지만 현장·상황은 좀·다르다.·교육부는·교사들의·다·과목·지도·활성화를·추진하고 있다. 경우에·따라·한시적으로·학교·밖·전문가를 초청해·특정·교과를·담당할·수·있도록·한다는·의도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동안·성취평가제의·전면시행도·논의과정에서·수차례·연기되는·굴곡을·겪었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교육부의 태도는 비난받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충북도교육청이 진행하는 고교학점제 전문가 양성 연수는 바람직하다. 기본과정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실천 방안을 모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 개개인의 다양한 성장과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단위학교 교육역량 강화에도 바람직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은 오는 10월 고교학점제 전문가 MASTER과정도 개설할 예정이다. 단 이 과정에 참여하려면 먼저 전문가 연수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고교학점제가 결코 최선의 대책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되레 혼란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교학점제는 결코 중등 교육의 종착점이 아니다. 그저 더 나은 교육환경을 위한 변화의 시작점일 뿐이다. 사실 고교학점제에 대한 더 큰 기대는 지금의 교육을 전반적으로 변화시킬 '나비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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