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에 대한 인식 전환 있어야

2021.05.03 21:13:26

[충북일보] 코로나 시대에도 학교폭력은 줄지 않았다. 푸른나무재단이 최근 '2021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재단에 따르면 사이버폭력비율은 무려 전년대비 3배나 증가했다. 재단 측은 "사이버폭력은 2000년대부터 학교폭력의 하위유형으로 꾸준한 관심을 받았으나 올해 307% 가량 상승했다"며 "일차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 때문이지만, 학교폭력이 관계적 공격으로 옮겨온다는 선행연구들의 근거로도 해석 가능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로나19 시대에도 학교폭력은 멈추지 않았다"며 "코비드로 인해 사이버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은 나날이 사이버폭력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인(연예인, 운동선수 등)을 중심으로 소위 학폭미투, 학교폭력 재연(再燃)현상도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내용은 끔찍하다. 피해학생 가족이라고 밝힌 청원인의 글을 보면 읽기가 불편할 정도다. 충북 제천의 한 중학교 학생이 1년 가까이 학교폭력에 시달려 왔다는 내용이다. 청원인은 얼마 전 가해 학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동영상을 보고 피해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충북도교육청은 해당 학생의 피해 내용을 인지하고 조사에 나섰다. 청원인은 그동안 피해자가 겪은 고통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가해 학생들이 제설제와 눈을 섞어 먹이고 손바닥에 손소독제를 부은 뒤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고 했다. 둔기로 다리를 맞아 전치 5주의 근육파열 진단을 받기도 했다고 했다. 각목으로 머리를 맞아 전치 3주의 진단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저희 아이가 폭력과 괴롭힘에 너무 힘이 들어 자살 시도까지 여러 차례 했다"고 말했다. 청원인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다.

진실 규명이 긴요하다. 사실관계 파악이 급선무다. 청원인은 학교폭력이 1년 가까이 이어졌다고 했다. 청원인은 "아이가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고 심경을 밝혔다. 부모들의 마음은 같다. 피해학생이 좀 더 일찍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피해학생이 2차 충격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이버 폭력이든 직접 폭력이든 모두 끔찍한 폭력이다. 학교폭력은 마치 꺼진 줄 알았던 불씨가 되살아나 다시 붙는 산불과 같다. 그래서 학교폭력은 발생 즉시 현장에서 해결해야 한다. 교사와 부모, 학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학교폭력은 여전히 방관되고 있다. 청소년 시절 그럴 수도 있는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적극적 방어자 양성이 필요하다. 학교폭력을 호소할 수 있는 사회적 대응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 학교폭력은 피해자에게 평생 고통을 안겨주는 무서운 범죄다. 반드시 척결돼야 한다.학생 시절 폭력 가해자는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이 피해자에게 주는 상처는 심각하다. 어른이 돼서도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 학교폭력을 신고하는 방법과 중요성을 모르는 학생은 거의 없다. 대부분 알고도 신고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신고를 했을 때 사회가 완전하게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고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학교 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가해자와 피해자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화해를 통해 피해자가 받았던 상처를 깨닫게 해야 한다. 자신이 학교폭력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었는지 잘못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다시는 학교폭력을 하지 않겠다는 가해자 당사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폭력은 폭력을 낳고, 누구든 학교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어김없이 학교에서 대두되는 문제 중 하나가 학교폭력이다.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됐다. 얼마 전엔 연예인과 체육인들의 학교 폭력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사회가 학교 폭력을 청소년 시절 겪는 통과의례쯤으로 여겨선 안 된다. 물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시절도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평생 잊히지 않을 트라우마로 힘들게 살아가기도 한다. 현행법이나 제도로는 한계가 있다. 학교 폭력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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