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율량동 생고기전문점 '진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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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0 13:53:13

[충북일보] 적당한 숙성을 마친 국내산 암퇘지 생고기에 윤기가 흐른다. 대충 쌓은 듯 무심하게 놓인 스테인리스 그릇 위에서도 선홍빛 신선함이 드러난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좋은 고기라는 것이 있다면 그 모양일 것이다.

좋은 고기에 감탄한 뒤 맛을 즐기는 것은 손님의 몫이다. 그대로 불판에 올려 고기 자체의 맛을 즐겨도 좋고 상 위에 준비된 간장 소스를 듬뿍 찍어 구워도 좋다. 진천집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곁들임과 함께라면 여러 번 달라지는 맛의 변주를 느낄 수 있다.

3년 전 청주 율량동에서 문을 연 진천집은 박선진 대표가 고향을 내걸었다. 질 좋은 고기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면서 특별한 부재료도 준비했다. 등장만으로 계절을 알리는 곁들임 채소다. 고기와 함께 사계절 달리 제공되는 이 두 번째 주인공은 박 대표가 고향 진천에서 운영하는 삼용주말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신선한 채소들로 구성된다.
ⓒ진천집 인스타그램
다른 지방에서 고기와 함께 먹는 다양한 채소들이 입에 맞았던 박 대표는 이것 저것 시도하며 고기와 어울리는 최상의 궁합을 찾아냈다. 농장의 작물들도 자연스레 고기와 합을 맞췄다.

봄과 함께 찾아오는 미나리와 두릅이 불판 위에서 전하는 싱그러움은 추웠던 겨울을 잊게 한다. 입 안 가득 채우는 봄 내음은 고기 맛에도 스민다.

여름에는 마늘종과 가지, 감자와 호박잎 등이 상에 오른다. 흔히 보이던 채소들이지만 진천집에서는 이색적인 조합으로 고기와 함께 한다. 생각지 못했던 채소들이 고기 기름과 어우러지면 안먹던 사람도 먹게 되는 새로운 맛이다. 채소는 안 좋아한다고 손사레치던 손님들도 여러번 불판 위로 손을 뻗는다.

몇 년전 사업을 시도했다 실패를 안겼던 표고버섯도 이곳에서 훌륭한 재료로 쓰인다. 3년을 애쓰며 기다려도 보이지 않던 표고버섯이 사업을 접자 보란 듯 자라났다. 미처 처분하지 못했던 원목에서 가을마다 향긋한 버섯을 채취해 불판에 올린다. 푸른 채소가 없는 겨울에는 든든한 고구마가 달콤하게 고기 맛을 돋운다.

여러 사업을 시도했던 박 대표는 귀농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위해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으로 익혔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분주한 하루를 이어간다.
진천의 주말농장과 청주의 진천집 운영 외에도 농사와 닭 사육을 병행하고 있어서다. 직접 재배하고 기름을 짜서 판매하는 참기름과 들기름은 어느새 입소문이 나 청년농부 플랫폼에서 판매를 시작하면 일주일도 안돼 동이 난다.

사계절 주문 받는 청계 알은 직접 사육하는 청계로부터 얻는다. 건강식에 관심을 가지고 가족들이 먹으려던 것이 작은 사업이 됐다. 천 여마리 규모로 사육했던 것을 어느 겨울 하우스 붕괴로 모두 잃었지만 다시 부화시켜 키운 청계가 백 여마리다. 크지 않은 규모로 벼농사도 함께해 일정 수량은 판매하고 가게에서도 사용한다.
주위와 나누는 일에도 열심이다. 명절마다 챙겨온 홀몸노인과 한부모 가정, 복지시설 등은 물론 코로나 이전에는 식사 봉사도 병행했다. 소득의 일정 부분은 지역에 환원하고 늘 주변을 살피는 것은 먹고 사는 일에서 만큼은 소외되는 이들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난해 여름 수해 때는 피해가 심한 인근 지역을 찾아 며칠간 봉사하느라 본인의 깨농사를 망치기도 했다.
청년 농부가 운영하는 고깃집 '진천집'은 화려한 가게는 아니다. 고기 이외의 메뉴는 없고 추가 반찬과 채소는 셀프바로 꾸린다. 운영시간도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로 길지 않다. 그럼에도 진천집은 가볼만하다. 박 대표는 식재료에 대해 조금의 아쉬움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장의 취향이 묻어나는 따끈한 곁들임 국물이 날마다 새롭다. 상 위에 신선한 고기와 함께 놓인 푸짐한 채소로 계절을 만끽한다. 먹는 것은 정직해야만 한다는 청년 농부의 자신감이 지금은 싱그러운 봄을 전하고 있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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