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남일면 딸기 농가 등 인력난 심각…"농사 포기할 판"

충북도내 농가 일손부족현상 심각… 외국인 계절근로자 유입 2년째 0명
매년 1천 명 배정만 이뤄지고 유입은 없어… 외국인노동자 임금 '수직상승'
딸기 농사 특성상 1년 상시 손길 필요… 농번기 품앗이는 이제 '옛말'
"농사 규모 확장은커녕 '그만둬야하나'"고민도

2021.04.18 18:49:22

지난 8일 충북도, 충북농협이 함께한 진천 우석대 대학생들의 일손봉사 모습.

[충북일보]" 8년간 농사를 지으며 올해처럼 일손으로 힘든 적은 처음이네요."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에서 2대째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홍정용(47)씨는 지난해보다 올해 더 일손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홍씨는 "농업 분야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없어서는 안되는 인력"이라며 "농가중 99%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고 보면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중에는 합법적 노동자도 있고 불법 체류자들도 있다"며 "지금은 합법·불법 가리지 않고 인력이 없는 상태"라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6월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출로 농가들의 피해는 현실화 되고 있다.

농번기 고질적인 농촌 일손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고용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각각 400명, 700명 규모로 도내 유입됐다.

지난해와 올해는 각각 1천37명, 1천58명이 법무부에서 배정됐지만 정작 도내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는 0명이다.

딸기농가에서 수확한 딸기를 선별, 포장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성지연기자
코로나19 사태로 2년간 외국인 노동자는 도내로 '한 명도' 들어오지 못했다.

기존에 도내에 있던 외국인 노동자들은 지난해 본국으로 돌아간데다, 국내 일손봉사마저도 코로나19 감염우려로 감소하며서 농촌 일손문제는 극심해지고 있다.

남일면 딸기 작목반장인 홍씨는 "오죽하면 '우리가 백신주사 안맞을테니 외국인 노동자들을 맞춰서라도 들여왔으면 좋겠다'는 소리가 나온다"며 "정부에서는 합법적 노동자만 고용하기를 원하지만 현실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농가에서 일하는 4명의 노동자들은 그나마 오래 일해주는 사람들"이라며 "과거에는 농번기 바쁜 철에는 농가끼리 서로 바쁘면 품앗이도 이뤄졌지만 지금은 그렇게 했다간 사라지는 이들이 많아 엄두도 못낸다"며 덧붙였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공급이 감소하면서 국내에 남아있는 이들의 인건비는 수직 상승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1인 당 120만 원 정도의 임금 수준이 지금은 2배가량 올랐다고 한다. 노동자들 간 정보공유도 활발해져 서로의 임금 수준을 공유하고, 더 높은 쪽으로 갑자기 옮겨가는 일은 '다반사'로 이뤄진다.

홍씨는 "일손이 부족해 다시 불러오기 위해서는 높아진 임금에 더 높일 수밖에 없다"며 "우리에게는 농사가 사업이다. 대형화되는 사업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주시에서는 보조금을 통해 국내 인력에 대한 임금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사람을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창 바쁠때는 아침 5시부터 낮 12시까지 딸기 따고 오후 11시까지 딸기 손질하는 작업을 할 수있는 젊은 일손은 찾아볼 수도 없다.

과거 소일거리 삼아 일하던 시골 노인들을 구하는 것도 이제는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홍씨는 "청주시에서 농가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해 준 덕분에 그나마 유지가 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어느정도 매출 하락은 생각했지만 이정도로 1차 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은 예상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을 할 수 없어 딸기를 버리는 일이 생길거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했을 것"이라며 "지난해까지는 국내 있던 외국인 인력이 조금씩 빠져나가는 정도라면 올해는 대부분 나갔고 그나마 있는 이들도 줄서서 대기중"이라고 덧붙였다.

충북도와 농협에서는 도내 농촌의 일손 보태기를 위해 전국 첫 학점인정 대학생 농촌인력지원단을 도입했다.

진천에서 10년 가량 봄 수박 농사를 짓는 유쌀이씨는 "열심히 농사를 잘 지어둬도 코로나19 등 나라에 일이 생기면 농가가 입는 타격이 너무 크다"며 "코로나19 전이랑 비교하면 지금은 '농사를 짓지 말까' 고민하는 정도다"라고 전했다.

청주시 상당구 남위치한 한 딸기 하우스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딸기잎 정리작업을 하고있다.

ⓒ성지연기자
유씨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지난해부터 완전히 막혔다. 지난해·올해처럼 힘든 적은 처음"이라며 "농사 규모가 크다보니 일손 도움을 받지 않으면 사실상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그나마 충북도와 충북농협에서 일손봉사를 통해 인력지원을 해주면서 큰 도움을 받았다"며 "폐비닐을 벗기고 치우는 것이 큰 힘이 드는 일인데 생각보다 일을 열심히 해줬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사실 농가에서는 외부 봉사인력에 대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일을 잘 모르는데다 추가로 일이 더 생기는 경우도 있어 부정적인 경우도 있다"며 "이번 일손봉사 도움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던 남편도 큰 도움이 됐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새로운 인식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며 일손봉사에 대한 감사함을 표했다.

/ 성지연기자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