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염주알
이현복 충북시인협회
유품으로 받아온 염주 알에 엄마 체온이 묻어있다
한 알 한 알 언 냉이를 캐던 손끝이 어른거린다
염주알과 염주알 사이를 건너가는 계절마다
엄마의 입술 기도 나즈막히 달아 붙어있다
“앞서지 마라, 몸 아끼지 마라,
이슬 밟듯 걸어라, 없는 듯이 살아라 ”
가난이 박힌 여덟 남매의 독한 말 다 잊고
엄마는 양 손을 무릎에 얹고 염주 알을 굴린다
머리맡에 돌탑처럼 쌓인 자식 이름들을
팔남매를 빚어낸 늘어진 배와 쳐진 가슴으로 굴린다
안으로 끌어안고 매몰차게 밀어내던 마음만 두고
오른손과 왼손 사이로 더 나즈막히 건너가셨다
한 소쿠리의 염주 알이 짜그락짜그락 산으로 간다
천개의 염주 알이 가슴에 박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