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산으로 간 염주알

2021.04.12 16:00:54

산으로 간 염주알

이현복 충북시인협회


유품으로 받아온 염주 알에 엄마 체온이 묻어있다
한 알 한 알 언 냉이를 캐던 손끝이 어른거린다
염주알과 염주알 사이를 건너가는 계절마다
엄마의 입술 기도 나즈막히 달아 붙어있다


“앞서지 마라, 몸 아끼지 마라,
이슬 밟듯 걸어라, 없는 듯이 살아라 ”


가난이 박힌 여덟 남매의 독한 말 다 잊고
엄마는 양 손을 무릎에 얹고 염주 알을 굴린다
머리맡에 돌탑처럼 쌓인 자식 이름들을
팔남매를 빚어낸 늘어진 배와 쳐진 가슴으로 굴린다
안으로 끌어안고 매몰차게 밀어내던 마음만 두고
오른손과 왼손 사이로 더 나즈막히 건너가셨다


한 소쿠리의 염주 알이 짜그락짜그락 산으로 간다
천개의 염주 알이 가슴에 박힌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