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어느 봄날 진도의 팽목항을 찾아 간다. 4월의 찬 바람이 등대 길에 함께 한다. 색 바랜 노란 리본이 방파제를 뒤덮는다. 바람에 나부끼며 혼령처럼 흐느낀다. 희생자 명복을 빌듯 노란 깃발이 운다.
노란 리본이 등댓길 내내 함께 걷는다. 슬픔과 아픔, 그리움, 고독함을 전한다. 희생자 가족들의 몸부림이 느껴진다. 노란 리본과 깃발들이 연신 나부낀다. 팽목항이 말없이 4월 안부를 전한다.
모든 걸 보았을 무인등대가 뒤척인다. 참사를 되돌아보는 고통의 몸짓이다.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한 아픈 소통이다. 또 다른 참사를 막으려는 기도 행위다. 방파제 리본들이 한낮에도 울먹인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가라앉는다. 승객 304명 사망·실종의 대형 참사다. 그후 7년이 더 지나 다시 봄을 맞는다. 팽목항의 기다림은 오늘도 이어진다. 한동안 빨간 우체통에 눈길이 머문다.
/글·사진=함우석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