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야외축제는 열어야 한다

2021.04.07 17:11:17

코로나19라는 괴질로 인한 '현대판 암흑시대'가 2년째 계속되면서 전국의 누적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었다.

이른바 '확찐자'도 덩달이 증가하고 있다. 작년 2월부터 동네 수영장을 다니지 못한 필자도 확찐자에 속한다.

올해도 봄꽃들은 어김없이 피어났다.

하지만 자연이 준 선물도 맘대로 즐길 수 없는 세상이 됐다. 대다수 지방자치단체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봄꽃축제를 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세종시가 주최하는 '조치원 봄꽃축제'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열리면서, 코로나로 심신이 망가진 시민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

조치원읍과 청주 오송읍 사이의 조천(鳥川) 제방길 양쪽 6.2㎞ 구간에는 40여년생 벚나무가 심어져 있다.

코로나 비상에 따라 올해 축제는 진행 방식이 예년과 크게 달라졌다.

우선 사람을 분산시키기 위해 개최 기간이 예년의 이틀에서 11일(4월 1~11일)로 길어졌다.

또 28가지 현장 프로그램에 참가하려면 홈페이지에서 지난달 25일 시작된 사전 신청을 해야 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당 참가 인원이 '10명 이내'로 제한됨에 따라 대부분의 인기 프로그램은 첫 날 접수가 마감됐다.

참가자들에겐 마스크 착용,출입명부 작성,발열 체크,손 소독, 좌석 띄워 앉기,음식 섭취 금지 등의 까다로운 규칙이 웬만한 실내 음식점보다도 더 엄격히 적용됐다.

축제 기간 내내 벚꽃길 가로등은 꺼졌다.

필자 부부는 같은 세종시내에 사는 딸의 가족들과 함께 지난 2일 꽃 구경을 갔다.

금요일 오후인데도 인파 밀집도는 백화점이나 인근 세종전통시장(5일장)보다도 훨씬 낮았다.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표정은 마스크 너머로도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우리는 꽃 구경이 끝난 뒤 세종시내 한 유명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하지만 그 곳은 꽃길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띄어 앉기'도 하지 않는 50여명분 자리가 꽉 찼기 때문에 손님 5~6명은 줄을 선 채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 위기 극복'은 현재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국민들이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최대의 현안 과제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먹고 사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서울과 대도시에서는 수많은 시민이 답답한 마스크를 쓴 채 '콩나물 시루 지하철'로 출퇴근을 해야 한다.

반면 작년부터 전국적으로 각종 문화예술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관련 행사에 의존하는 예술인과 자영업자 등의 상심이 크다.

게다가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마구잡이로 뿌리는 '선심성 재난지원금'으로 인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곳간은 갈수록 비어간다.

따라서 자연 속에서 열리는 봄꽃축제를 무조건 막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제 인류는 백신 접종을 통해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전보'를 울릴 일만 남았다.

그런데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을 갖춘 나라라는 한국이 접종 속도에서는 '꼴찌권'이란 사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옥스퍼드대학이 운영하는 '아워월드인데이터(ourworldindata.org)'를 보면 4월 1일 기준으로 한국의 백신 접종률(1회 이상 주사를 맞은 적이 있는 국민 비율)은 1.78%였다.

집계 대상에 포함된 세계 146개국 가운데 바하마와 함께 94위에 그쳤고, 아시아의 빈국인 부탄(54.84%·5위)이나 스리랑카(4.30%·81위)보다도 순위가 낮았다.

그러다 보니 "내년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고의로 '코로나 종식'을 늦추고 있다"란 유언비어까지 나오는 게 아닐까.

야외 공원이나 축제장에서 코로나에 걸렸다는 얘기는 현직 기자인 필자도 들어본 적 없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당국의 '방역 최우선' 방침에 따라 조치원봄꽃축제도 4월 7일부터는 전면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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