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방지법안 처리 안 하나 못 하나

2021.04.05 21:29:27

[충북일보]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 처리가 또 무산됐다. 끝도 없이 미뤄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지난달 24일에 이어 31일 이 법안을 심의했다. 하지만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해 3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가 무산됐다. 여야 모두 4월 법안 심의 재개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4.7 재보궐선거 이후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국회다. 급기야 시민사회단체가 또 나섰다. 선출직을 포함한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행위 근절 등을 위해 해당 법안을 빨리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충북청렴사회민관협의회는 지난 4일 "최근 부동산 투기 의혹 등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이 거세지고 있다"며 "공직자의 부정한 사익추구 행위를 막고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이해충돌상황을 관리하고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문 채택에는 국민권익위원회 및 타 시도 청렴사회민관협의회도 함께 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국회는 정무위에서 법안심사 중인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요청하라"고 요구했다. 충북청렴사회민관협의회는 도내 공공기관과 민간단체 등 30개 기관으로 구성됐다.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이유는 너무 많다. 우선 이 법은 공직자가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거나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악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법이다. 10여 년 전부터 입법이 추진됐다. 하지만 번번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2년 김영란법을 발의하면서 그 일부로 포함시켰다. 하지만 국회가 2015년 해당 부분을 빼버리고 김영란법을 통과시켰다. 이후 국민권익위의 별도 법안과 관련 의원 입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하지만 심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초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투기 사건이 이 법안을 다시 깨워냈다. 분노한 민심에 놀란 여야가 황급히 조속한 법 제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3월 임시국회 통과는 그저 구두선이었다. 이 법안대로라면 LH에서 신도시 조성 사업 관련자는 해당 지역에 토지를 소유할 경우 기관장에게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하지 않아 적발되면 해당 직무에서 배제된다. 그만큼 토지보상 업무 담당 직원의 땅 매입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재산상 이익 취득 여부와 관계없다.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사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이용하게 해도 처벌을 받게 된다. 형량은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이다. 정보제공 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이 법이 진작 제정돼 엄격히 시행됐다면 LH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걸로 판단한다.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는 데 효과적이었을 걸로 예측한다. 국민 대다수도 이 법제정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 입법 움직임은 느리기만 하다. 법 제정의 필요성은 2000년 초부터 제기됐다. 정부가 2013년부터 입법을 추진했다. 이상하게도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도 다르지 않다. 여러 건의 의원 발의안이 심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3월 초 LH 사건이 터지며 분위기가 달라지는 듯했다. 국회가 부랴부랴 공청회를 열고 법안 심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직 소위 통과 소식조차 없다. 여야 모두 원론적인 주장과 남 탓만 하고 있다. 법안 통과를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여야는 지난달 24일에 이어 31일에도 법안 심사 소위를 열었다. 하지만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선거를 의식해 목소리만 높이는 모양새였다. 이번에도 시간만 끌다가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할 모양이다. 여야는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 선거 전 입법이 최선이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면 불가능할 것 같다. 여당은 야당 탓, 야당은 여당 탓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법제정을 원한다면서도 실제 행동에서는 미온적이다. 국민들은 여야의 속내가 같다는 걸 안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인이 법 적용의 대상이 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걸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인내가 갈수록 바닥나고 있다. 이제 국회가 그걸 알아야 한다. 하루 빨리 본회의 의결 시한만이라도 합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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