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연극이 좋다"…청년극장을 만나다

미디어 발달·코로나19 여파로 연극계 어려움 가중
청년극장 배우, 1년 급여 600만 원 불과…미래 불안감
"순수예술에 대한 관심·지원 필요

2021.03.14 18:58:11

극단 청년극장 단원들이 지난 12일 연습실에서 충북연극제 출품작인 '기막힌 동거'의 마지막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김태훈기자
[충북일보] 시대가 변하면 기존 방식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전을 받게 된다.

휴대전화의 등장은 손목시계의.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책의 종말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기 영역을 지키냈고 진화를 통해 오히려 가치를 높여 나갔다.

고전극부터 현대극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천 년간 관객과 삶의 희노애락을 나눈 연극도 기로에 섰다.

다양한 영상 매체의 출현,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 확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조성 등 수많은 도전과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연극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12일 청주에 있는 극단 청년극장의 연습실에서는 충북연극제를 5일 앞두고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었다.

배우들은 실제 무대 의상을 입고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열연을 펼치고 있었다.

지난 2013년까지만 해도 청년극장은 전용 소극장인 '너름새'(청주시 사직2동)에서 연습을 하고 관객과 만났다.

그러나 건물 용도가 바뀌었고, 재정적인 문제로 새로운 극장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현재의 연습실로 옮겨오게 됐다.

전용 극장이 사라지면서 관객 수도 감소했다.

가뜩이나 영상 매체의 발달로 관객의 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활동거점이 사라지자 공연의 지속성이 떨어지고 자생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문의영(36) 극단 운영실장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정기공연 누적 관객 수가 1천 명을 넘어섰다. 연극을 보기 위해 소극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며 "지금은 정기공연을 찾는 총 관객 수가 300~400명에 그친다. 미디어 발달의 영향이 크지만 전용 극장이 사리진 뒤 발길이 더 줄었다"고 설명했다.

관객 감소는 재정난으로 이어졌다.

현재 청년극장 정단원 58명 가운데 10명이 연극을 주업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매우 적고 불규칙한 수입을 감내하며 열정과 책임감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꿈이 큰 만큼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극단에 몸담은 오우영(28) 배우는 "연극만큼 심장을 뛰게 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며 "연극만 해서는 1년에 500만~600만 원밖에 벌 수 없어 틈틈이 음식 배달을 하고 있다. 부모님께 용돈 한 번 제대로 드리지 못한 점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더욱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대면공연 횟수가 평년대비 절반 가까이 줄면서 이들이 짊어져야 할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비대면공연을 수차례 진행했지만, 현장성을 중시하는 연극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들은 "연극이 좋다"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연출을 맡은 조재명(29) 단원은 "공연이 끝나고 듣는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고생에 대한 가장 큰 보상일 것"이라며 "어려운 현실이지만 특강, 교육 등 연극인들이 부업으로 삼을 수 있는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고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해 새로운 변화를 충분히 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밝은 미래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현재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없이 지역 연극계가 홀로 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문화 예술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국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연극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청년극장의 충북연극제 출품작인 '기막힌 동거'에서 주인공 보건이 외친 "아프니까 청춘이다. 열심히. 열정. 그런 말 같은 거 진짜 듣기 싫어. 개뿔, 개고생이 무슨 낭만이고 추억이야. 현실이 지옥인데"라는 대사가 귓가에 맴돈다.

/ 신민수기자 0724sm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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