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도시,이제라도 포기하라

2021.03.10 17:39:37

[충북일보]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힘들었던 지난 세월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습니다.

대통령 문재인은 바로 그 질문에서 새로 시작하겠습니다.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0일 취임사를 통해 남긴 '세계적 명연설(필자가 내용만으로 보기에는)'이다.

"이게 나라냐"라고 묻는 국민들에게 평등과 공정과 정의를 주겠다니, 이보다 멋진 약속이 어디 있을까.

지난 선거 때 필자는 문 대통령을 찍지 않았다.

하지만 인권변호사 출신인 대통령이 이 약속만큼은 지킬 것이라고 은근히 기대했다. 그리고 3년 10개월이 흘렀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제대로 된 나라인가.

최근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각종 정치·경제 사건을 보면서 "이건 더 나라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문 대통령이 "우리 총장님"이라고 치켜세우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월 4일 사퇴했다.

윤 총장은 퇴임사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을 목표로 최선을 다했으나, 더 이상 검찰이 파괴되고 반부패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지켜만 볼 수는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 후 그의 인기는 하루 아침에 치솟았다.

정치를 해 본 적이 전혀 없는 데도,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지지율 1위에 올랐다.

4월 7일로 예정된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모두 문 대통령과 한솥밥을 먹던 여당 소속 시장들의 성추행 때문에 치러진다.

국민 혈세 800억 원이 들어간다. 그런데도 이 후안무치한 정당은 문 대통령이 대표 시절 만든 당헌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후보들을 냈다.

그리고는 '현대판 고무신 선거'를 하고 있다.

수십조 원의 혈세가 투입될 신공항을 부산 가덕도에 만드는 내용의 특별법을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통과시켰다. 나라 금고를 '화수분'처럼 여기는지, 코로나 관련 재난지원금 대상도 펑펑 늘리고 있다.

필자의 36년 취재 경험에 비춰볼 때 부동산에 있어서는 '가장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정부'가 바로 현 정부다.

그 동안 부동산 투기 혐의를 받은 고위공직자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청와대 대변인 시절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선포했을 때 투기를 한 사람은 조만간 여권 정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다.

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동산 만큼은 확실히 잡겠다"고 했다. 이에 정부는 무려 25차례에 걸쳐 각종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결과는 번번이 실패하면서 서울 집값은 폭등했다.

그러자 정부는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정부가 건설한 분당·일산 등의 1~2기 신도시가 '깨진 독에 물 붓기'였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일시적으로는 서울 집값이 안정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방 인구를 빨아들여 서울 집값이 또 다시 오르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신도시 개발을 맡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투기꾼들의 배만 불릴 뿐이다.

그 사이 '약자'인 지방은 갈수록 배가 고파진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LH 직원 수십명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개발 예정지에서 투기를 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죽어가는 약자를 팽개친 채 '강자(수도권)'만 살리겠다는 게 과연 평등이고 공정이며 정의인가.

대통령과 정부는 수도권 표를 잃더라도 3기 신도시 건설을 포기하기 바란다.

대신 세종시와 전국 혁신도시를 '진정성 있게' 건설, 서울의 주택 수요를 줄여야 한다.

그게 이 시대가 요구하는 공정과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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