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리운 사람들이여

2021.03.09 16:42:49

신선옥

청주시 중앙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그동안 우리의 일상은 180도 바뀌었다. 이번 설 명절 또한 그랬다. 지난해 한 번의 명절을 지냈을 때만 해도 이번 설 명절까지 코로나로 잠식될 줄 몰랐다. 코로나 이전의 설 명절은 몇 시간의 교통 체증을 뚫고 멀리 있는 할머니 댁에 모여 작은 아버지와 사촌들을 만나는 자리였고, 우리는 함께 맛있는 명절 음식을 나눠먹고, 성묘를 가고 다음 모임을 기약하면서 헤어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발 집에만 있어 달라! 5인 이상 모이면 안 된다! 이동하지 말고 마음만 전달하세요!'라는 현수막이 동네 곳곳에 게시돼 있었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이런 상황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아니 이제는 익숙하다. 오히려 모임 제한을 풀어주는 것이 어색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바꿔서 생각을 해보면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이렇게 애틋한 적이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만나자고 하면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시간이 안 되면 다음에 다시 약속을 잡아서 만나면 되지'라고 생각했고, 각종 모임들은 사전에만 시간을 조율하면 당연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것들이 지금 생각해 보면 일상의 감사였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지금은 당연한 일들이 되지 않고 있다.

만날 수 없는 만큼, 아니 만나기 힘들어진 만큼 그리운 사람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대면해 그동안 잘 살았는지 그 사람의 얼굴 표정 하나하나를 살펴보는 것보다는 내 마음의 전달력이 덜할 수는 있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새로운 방법으로 우리의 마음을 전달해야 할 시대라는 것이다.

영상통화를 한다거나 전화 통화를 해서 그 영상 너머 또는 그 사람의 목소리에만 집중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면서 그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느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듯하다. 만남을 약속하기 위한 통화가 아니라 서로 만나지 못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한 나의 그리운 사람을 목소리나 영상으로 만나는 긴 통화를 해보는 것이다. 밥값, 찻값 내는 대신 온라인 선물로 마음을 대신 표현해 보는 것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차후에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의 여행을 위한 자금을 지금 차곡차곡 모아놓는 기쁨을 서로 맛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동안 우리가 덜 해왔던, 아니면 해오지 않았던 방식을 이번에는 써먹어야 할 것 같다.

코로나로 먹고살기가 더 힘들어진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계속 버텨내야 한다면 코로나 이전의 익숙했던 일들에 대한 감사를 하며 그 안에서 무언가 의미를 찾아 힘을 내면 저 터널을 지나 밝은 빛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은 같은 생각이 든다.

드디어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다. 터널의 출구에 다가서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운 사람들을 만날 그날을 기약하면서 "조금만 더 힘을 내자!"라고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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