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투기는 망국병

2021.03.08 17:19:17

[충북일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믿음이 산산조각 났다. 100억 원대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섰다.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 일벌백계가 해결 방법이다

투자(投資·investment)와 투기(投機·speculation)가 어떻게 다른가. 한 끗 차이다. 물론 사전적 정의대로라면 어렵다. 투자는 '이익을 얻기 위해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음'이라고 돼 있다. 투기는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고 함이다. 언뜻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둘 다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방법과 목적이 아주 다르다. 투자는 투기와 달리 시간이나 정성을 쏟는 행위다. 투기는 이런 노력 없이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다.

경제 용어로 설명하면 '생산성의 유무'에 따라 나뉜다. 투자는 자본재의 총량을 유지 또는 증가시키는 활동이다. 다시 말해 생산 활동과 관련된다. 하지만 투기는 생산 활동과 전혀 관계없다. 오직 이익을 추구할 목적에 집착한다. 부동산 구입을 예로 들면 쉽다. 공장을 지어 상품을 생산할 목적이라면 투자다. 그 곳에서 거주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의 인상만을 노렸다면 투기다. 그래서 투자는 생산적이고, 투기는 기생적 성격을 띤다.

다시 LH 임직원 땅 투기 의혹으로 돌아가 보자. LH공사는 히드라의 머리였다. 한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고 다른 문제를 저질렀다. 임직원들은 야누스의 얼굴을 드러냈다. 속이기 좋아하고 부정직했다. 돈 버는 재주도 없으면서 황금 손 흉내를 냈다. 결국 공사의 공공성에 먹칠을 했다. 현황 자료와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들이 저지른 정황이 보인다. 신도시 발표 전 정보를 입수하고 움직였다. 명백한 투기 행위다. 일부 직원들은 거액의 대출을 받기도 했다.

LH 임직원들의 투기 의혹은 과거에도 있었다. 물론 LH 전신인 토지공사 시절 얘기다. 2002년 직원 18명이 용인 죽전지구 토지 90건을 70억 원에 매입했다. 2006년 7월에는 토공 직원 9명이 아파트 분양권 47개를 무더기로 사들였다. 그러나 당시 토공 측은 해당 직원들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했다. 결국 이런 사례들이 쌓이면서 도덕 불감증을 키웠다. 모럴 해저드에 빠지게 했다. 이번에도 그러면 안 된다. 정부합동조사단이 투기 의혹 조사에 나선만큼 제대로 해야 한다.

공직자의 부동산투기는 옳지 않다. 잘못이 드러나면 일벌백계해야 한다. 제 식구 감싸기로 될 일이 절대 아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의 다른 땅 투기 유혹도 막을 수 있다. 엄한 처벌이 재발방지의 최선책이다. 충북에도 투기 가능성이 큰 지역이 많다. 국가사업단지로 조성 예정인 오송제3생명과학단지 예정지가 대표적이다. 방사광 가속기가 들어설 오창지역도 마찬가지다. 충주 신도시 등도 투기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근본적인 재발방지책 마련이 중요하다. 정부는 재발방지를 위해 사안의 핵심이 무엇인지 정확히파악해야 한다. 국민들은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각종 부동산 투기판에 끼었을 걸로 의심한다.

*** 합동조사부터 제대로 해야

LH 임직원 투기 의혹사건엔 국민적 공분이 스며있다. 빠르게 해소해야 한다. 대규모 부동산 공공개발 지역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수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 과정에서 가장 전문적인 검찰을 배제했다. 대신 국토부와 새로운 경찰 조직인 국가수사본부에 진상 규명을 맡겼다.

'선조사, 후수사'로 과정을 나눴다. 합동조사로 투기가 확인되면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그런데 뭔가 잘못됐다. 의혹 해소 차원에서라도 합동조사단 구성을 바꿔야 한다. 국토부가 빠지고 감사원이 직접 나서는 게 합리적이다. 적어도 감사원만큼은 조사단에 포함돼야 한다.

머뭇거리면 정부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도 치명적 불신이 생길 수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식의 조롱이 나올 공산이 크다. 국지불국(國之不國)의 탄식이 있을 수도 있다.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검찰의 참여도 고려해 봐야 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