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공시지가 시세반영 비판 맞는 얘기인가

2021.03.04 16:49:57

김순구

한국감정평가사협회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2월 18일 '2021년 공시지가 시세반영률 31%, 정부 발표 68%는 거짓'이라며 국토부 가짜통계를 고발한다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경실련은 정부 발표 68%, 경실련 조사 31%, 문재인 초기 시세반영율 39% 보다 더 낮아졌다며 거짓된 반영률로 추진되는 현실화 로드맵도 가짜라며 산출근거 공개를 요구했다.

경실련은 주장의 근거로 서울 25개 자치구내 85개 표준지 아파트 시세를 조사한 후 땅값 시세를 산출하여 공시지가와 비교했다고 하며, 아파트 시세는 KB, 다음 부동산 시세 자료 등을 활용했고, 토지 시세는 아파트 시세에서 노후도를 반영하여 건축비를 제외한 후 용적율을 고려하여 산출했다고 했다.

공시지가(토지)를 포함한 공시가격(단독주택, 공동주택)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조세 분야, 기초노령연금, 기초생활보장 등 복지 분야, 각종 부담금 산정기준 등 60여개 목적에 활용되고 있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폭넓고 크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국민의 관심 또한 커졌다.

경실련이 국민경제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공시지가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발표한 공시지가의 시세반영율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경실련의 주장에는 문제가 없는 걸까?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공시지가를 시세로 나눈 값을 비율(%)로 나타낸 값이다. 현실화율 역시 같은 의미이다.

경실련은 지난 2월 공시된 공시지가를 나누는 시세값을 서울 85개 표준지 아파트를 표본으로 하여 KB, 다음 부동산 자료를 활용하여 조사했다 하고 시세반영률은 31%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토부는 전국 52만 필지의 표준지를 감정평가사를 통해 조사·평가하였고, 현실화율은 68.4%이고, 감정평가사의 시세 조사를 토대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른 현실화율을 적용하여 산정됐다고 밝혔다.

시세반영률 또는 현실화율에서 분모로서 역할을 하는 시세가 서로 다른 것이다. 경실련이 시세로 활용한 KB시세, 다음 부동산 시세는 실거래가를 중심으로 하지만 국토부가 시세로 활용한 감정평가사의 시세는 감정평가방법을 활용한 것이다.

부동산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시세와 감정평가금액은 다르다. 부동산시장은 일반 재화와는 달리 수요와 공급이 제한적인 불완전 경쟁시장에 속한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시세는 시장의 특수성으로 거래당사자의 여러 이해관계가 개입될 수 있고, 가격의 왜곡도 나타날 수 있다.

일례로 2014년 9월 삼성동 옛 한국전력 사옥 부지는 약 10조원에 매각됐다. 실거래가, 즉 시세가 약 10조원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변의 모든 땅이 10조원 일 수 없다. 이 시세는 매수자의 특별한 사정이 개입된 금액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감정평가사가 판정한 가격은 그렇치 않다. 부동산시장의 특성을 감안한 이해당사자의 주관적 의견이 배제된 객관화된 가격이다. 시장의 특수성이 반영된 주관적 가격이 '시세'라면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사람이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가격이 '감정평가가격'인 것이다. 감정평가사는 이런 부동산시장의 특수성을 해결하고 올바른 적정가격 제시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만들어진 국가 자격이다.

경실련이 주장하는 시세반영율과 국토부의 주장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나 경실련의 주장에는 부동산시장의 특성을 간과한 오류가 있는 것 같다.

경실련의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는 공시제도의 발전적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제기가 공시제도의 건전한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감정평가사의 역할 확대에서 찾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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