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낙연'… 與의 딜레마

2021.03.02 17:09:37

[충북일보] 오는 4월 7일 전국 광역단체장 중 가장 파급력이 큰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선거는 주지하다시피 여당 소속 전 시장 모두 성(性) 비위가 원인이 됐다.

야권은 두 선거 모두 원인을 제공한 여당이 후보를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당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 됐다.

서울·부산시장 선거

서울과 부산은 대한민국의 심장이다.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경기도와 함께 '빅 3'에 해당된다. 그래서 여당은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를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를 포기하면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 역시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엿보인다. 당내·외의 거친 비난에도 여당이 서울·부산시장 공천을 강행한 이유로 해석된다.

특히 서울시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민주당의 서울지역 지지율이 높았던 것도 문재인 정부에는 큰 도움이 됐다.

만약 이번에도 여당이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공언했던 '20년 집권 플랜'이 완성될 수도 있어 보인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대구경북(TK)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광역단체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이 낙마했다. 민주당 안팎에서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뼈아픈 사례였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당 밖이 아닌 당 내부에 있어 보인다. 민주당에는 여러 계보가 존재한다. 과거 보수정당의 친박(친박근혜), 친이(친이명박) 등 2개의 계보를 넘어 적어도 5~6개의 계보가 연합한 정당으로 볼 수 있다.

비록 최근에는 친문(친문재인), 비문(비문재인)으로 단순화된 것으로 보이고 있지만 비공식 계보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다만 비문이 친문의 위세를 넘어서지 못하면서 당내 잡음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대한민국 최고 권부(權府)는 김대중·노무현과 이명박·박근혜 등으로 양분된다. 여기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진보세력은 '적어도 2번'을 외치고, 보수정권은 설욕을 다짐하는 모양새다.

여권의 대권주자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대표 등 2강 구도다. 제3의 인물이 등장할 수도 있지만, 대선이 1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 변수는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뚜렷한 인물이 없는 야권은 최종후보 확정시까지 상당한 내분이 우려된다. 4월 재보선 이후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지리멸렬 가능성도 있다.

이런 구도에서 친문들은 현재 이낙연 대표를 지원하는 흐름이 강하다. 이 대표가 그동안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사례만 보더라도 그렇다. 반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과거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세력화 성향이 엿보인다.

친문들의 고민은

이 대표는 호남 출신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호남 출신 대통령에 오를지 주목된다.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부산경남(PK) 출신이다. PK이면서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이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충청권과 손을 잡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면서 가덕도공항 이슈로 PK까지 얻는다면 대망(大望)에 이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최근 지지율 선두를 기록하고 있는 이재명 지사를 어떻게 넘어서고, 또 경선과정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승복을 이뤄낼 수 있느냐다.

이 과정에서 만약 이 지사가 최종 후보가 됐을 경우 기존 조직과 어떻게 융합할 수 있는지, 나아가 이 지사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친문들의 거취는 보장될 수 있는지 등이 여의도 정가의 잦은 얘깃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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