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에 대한 우려

2021.02.22 16:35:42

[충북일보] 산업 체계가 바뀌고 있다. 미래사회 인재상도 바뀌고 있다. 교육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하지만 가장 먼저 학교 공간이 바뀌어야 한다. 학생 맞춤형 학습공간이 필요하다.·

*** 교육격차 더 벌어질 수도

고교학점제를 생각한다. 교육부가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도입키로 했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그 해부터다. 학생 스스로 원하는 과목을 골라 시간표를 직접 짜게 된다. 소질과 적성에 맞는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근본적인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다. 취지는 아주 바람직하다. 경쟁 위주의 고교 교육의 틀을 바꾸는 일이다. 그러나 반대도 많다. 보완할 점도 적지 않다. 먼저 지역 학교별 양극화 심화가 걱정이다. 학교나 교사의 역량 차이는 아주 큰 문제다.

고교학점제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교원단체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2일 오전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 정부와 교육청 등이 학교 무시 정책을 강행 지속하면서 교육과 학교가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 구조에서 도시와 농어촌 교육 환경은 엄청나게 다르다. 사립과 공립, 학군에 따라서도 격차가 크다. 지금도 농어촌 학교에선 교원이 부족한 상태다. 다양한 선택과목 선택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다. 먼 장래까지 내다보고 큰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고 있다. 교육감만 바뀌어도 현장의 교육정책이 흔들린다. 미래 대비 완전한 교육정책은 어불성설이다. 제대로 될 리 없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임기 1년 남짓 남은 정부가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키로 했다. 국민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교육정책을 경험했다. 또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다음 정부가 그대로 이어받아 실행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 체제에선 공통과목을 1학년 때 배운다. 2학년부터는 학생 스스로 과목을 선택하게 된다. 내신 성적은 전 과목 절대평가다. 다만 국어, 영어, 수학 등 공통과목은 지금과 같다. 학생부에 절대평가 성적과 함께 석차 등급이 병기된다. 학교는 학생의 수요에 따라 과목을 개설해야 한다. 치밀하고 신중하게 준비해야 한다. 자칫 소홀하면 교사 부담이 배가될 수 있다. 학습 불균형도 심화될 수 있다. 언뜻 봐도 현장의 혼란을 예상할 수 있다. 철저한 준비 후 도입해도 늦지 않다.

고교학점제의 목표는 공교육 순기능 살리기다. 맞춤교육을 통한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인재양성이다.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교육정책이 돼야 한다. 세심하게 보완하고 철저히 준비해야한다.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허투루 해선 안 된다. 결코 서두를 일이 아니다. 안정적인 교원 수급은 선결 과제다. 고교학점제 정착에 필수조건이다. 교원 개개인이 맡아야 할 과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루라도 빨리 교원 수급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기간제 교사를 확대하는 임시방편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고교학점제는 교육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안착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양한 교육 수요에 부응할 교원 육성은 결코 쉽지 않다.

*** 현재 분석해 미래 맞아야

고교학점제에 대한 기대는 크다. 어느 날 갑자기 생각나 펼치는 정책이 아니다. 일반고를 어떤 식으로든 살려야 한다는 현장의 고민이 반영됐다. 현행 체제를 개편하고 대입과정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준비해 취지를 살려야 한다.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으로 전환되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은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학생들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체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게 미래 학교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좋은 교실이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다. 학습과 놀이, 휴식 등 균형 잡힌 삶의 공간이다. 학생 맞춤형 교육의 기반이 되는 장소다. 미래 역량 훈련 도량이다.

고교학점제는 이제 학생들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교육정책의 씨줄과 학교현장의 날줄이 단단히 묶여야 한다. 교육당국은 그 전에 현재를 분석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옛 것은 언제나 새 것을 만드는데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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