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볍씨, 통일벼(IR667)와 충북

2021.01.21 17:05:36

신한서

전 옥천군친환경축산과장

지금부터 50년 전, 1971년도 충청북도 농촌진흥원에서 발간한 '벼 시범단지 일람표'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도내 통일벼(IR667) 단지 33개소와 아키바레 국비단지 50개소, 도비단지 132개소 등 총 212개소의 시범단지 현황이 기록되어 있었다. 여기에는 1천71ha의 면적에 3천291 농가가 참여하였다.

시군별로 단지명, 필지수, 면적, 단지회장, 담당 지도사 등 녹색혁명의 최전선에서 땀 흘리던 선배님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옥천군에서는 청산 인정(회장 홍승희), 이원 용방(회장 곽준연), 이원 원동단지 (회장 김규택) 등 3개소 15ha의 면적에 통일벼 시범단지를 운영하였다. 이중 청산 인정단지는 1971년 10a당 702㎏을 다음 해 1972년에는 713.8㎏의 쌀을 생산하여 전국 다수확 왕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하여 정부로부터 석탑산업훈장 받는 쾌거를 이루었다.

당시에는 개인에게도 '쌀 다수확 왕'이라 하여 10a(300평)에 600㎏ 이상 생산하면 10만 원씩 시상금을 주었다. 당시 필자의 봉급이 5만 원 정도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이때 시상금으로 대부분 흑백 TV를 사 농촌에도 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요즘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라는 가수 진성의 '보릿고개'가 트롯 열풍과 함께 뜨고 있다. 필자가 어릴 때 만해도 어른들이 애들 함부로 뛰놀지 못하게 했다. 양식은 없는데 뛰놀면 금방 배가 고프기 때문이었다.

1971년 통일벼가 보급되기 전까지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와 같은 보릿고개의 7부 능선에서 허덕이며 살아왔다. 오천 년 유사 이래 국민을 배고픔에서 해방한 역사적 사건이 바로 기적의 볍씨 통일벼를 개발 보급한 사업이다. 여기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강력한 지도력과 함께 충북 출신 허문회 박사의 공적을 빼놓을 수가 없다.

허문회 박사는 1927년 중원군 소태면 하청마을에서 출생하였다. 1964년 서울대 농학과 교수로 재직 당시 필리핀 국제 미작연구소 특임연구원으로 파견되었다.

1965년 일본의 자포니카 계통과 대만 인디카 계통을 교배해 IR568 품종을 육종하였다. 여기에 다시 다수확 품종 IR8과 교배하여 마침내 기적의 볍씨 통일벼( IR667)를 육종하게 된 것이다. 세계 최초로 삼원교잡을 통해 이를 극복해냄으로써 육종 기술의 신기원을 이룩하였다.

1971년 '통일벼'라고 이름 지었다. 겨울 동안 따뜻한 필리핀에서 육종하여 이른 봄에 비행기로 공수하여 전국의 통일벼 시범단지를 통하여 농가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1975년 3천342만 섬을 수확해 쌀 자급 원년을 달성하였다. 마침내 국민을 보릿고개에서 해방하는 위업을 달성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역사적 사건 한복판에 충북 출신 허문회 박사님이 우뚝 서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출생지에는 그의 공덕비가 세워졌다. 40년 전 필자가 잠시 근무했던 중원군 동량면 조동리 선사 박물관에 허문회 박사의 일대기와 유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 후 밥맛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하고 수확량도 뛰어난 신품종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1990년 통일벼는 장려 품종에서 제외됐다. 1992년 정부수매를 중단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비록 20여 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통일벼는 위대한 발명품이었다. 국립중앙과학관에서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64메가 디램과 함께 통일벼 개발 자료를 '국가 중요과학기술 자료'로 등록한 바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보릿고개'란 말이 생소할지도 모른다. 1972년 12월 1일 처음으로 발행된 50원짜리 동전에 새겨진 그림이 바로 통일벼 이삭이다. 당시 얼마나 쌀 증산을 간절히 염원하고 통일벼에 큰 기대를 걸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같은 역사의 한 가운데 충북 출신 허문회 박사님이 있다. 그리고 옥천군 청산면 인정단지에서는 2년 연속 전국 다수확왕을 차지하며 본 사업을 주도하였다. 필자는 지금도 이 역사적인 통일벼(IR667) 보급사업에직접 참여했던 사실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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