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거미의 집

2021.01.20 19:47:07

거미의 집
                       강정화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




그대 당차고 신통한 마력에
한때 내 마음 빼앗긴 적 있었지
기골이나 몸집이나 생김새가 아닌
허공에 곡예 하듯 거꾸로 매달려
검은 피 찍어내어 줄 없이 줄치고
지주 대 세우고 서까래 걸치며
햇살의 도움도 마다하고 혼자서
허허공중 넘나들던 담력 하나로
아흔 아홉 칸 궁궐 보란 듯 지었네

험난하고 고된 노역이 안쓰러워
신기하여 문 앞에 얼찐거린 세월
새벽마다 영락없이 찾아 온 이슬이랑
창틀마다 은초롱 걸어 놓고 신선처럼
사방 드나드는 바람 껴안고 노닐며
흔들리지 않던 호걸다움에 반한 한때
돌아서다 신묘한 재능 전수받을까 미적인
그 마음 사랑인줄 모르던 눈먼 시절이
설렘으로 허공에 그네타기였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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