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을 왜 서울에서 찾는가

2021.01.19 16:59:13

[충북일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2021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투기를 잘 차단하면 충분한 공급이 될 거라는 판단이 있었지만, 결국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 이유로 '저금리에 따른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 '가구 분화에 따른 세대 수 급증'을 꼽았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집값 안정화 정책의 실패 요인을 제대로 진단한 걸까.

서울 집값 절대 안 잡힌다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이후 국토교통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서울 역세권 복합용도개발 지구단위계획으로 주거지역 용적률을 700%까지 완화하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19일 밝혔다. 개정안은 지난해 8·4 대책의 후속 작업으로 역세권 고밀 개발을 위한 용적률 완화가 핵심이다. 현행 국토계획법상 지구단위계획 중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주거·상업 등의 기능을 결합한 복합용도개발은 가능하지만 일반주거지역은 현행법상으론 지구단위계획을 세워도 용적률이 최대 400~500%까지만 완화돼 고밀개발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시행령 개정에 따라 앞으로 역세권 지구단위계획 지정대상에 일반주거지역이 포함된다. 이를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면 용적률은 최대 700%까지 가능해진다. 경우에 따라선 용적률이 200%에서 700%로 3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그렇다면 용적률을 늘려가면서까지 서울 가구 수를 늘리면 집값이 안정될까. 필자는 부동산 전문가는 아니지만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일시적 안정화는 나타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지방 사람들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을 빚게 될 것이다. 결국 집값은 또다시 우상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대충 기억을 더듬어 보자. 어디 서울 집값이 우리의 바람대로 떨어진적이 있는지, 안정적 흐름으로 젊은이들이 집 걱정 없이 산적이 있는지를 말이다. 집값 고공행진으로 서울 인구가 인근 경기도로 전출하는 현상은 있었지만 서울 집값이 떨어졌다는 소문은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역대 모든 정부가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헛수고였다.

이쯤되면 정치권을 의심해 볼만 하다. 진정 서울 집값을 잡을 의지가 있었는지 말이다. 문재인 정부를 포함해 역대 정부 모두가 실제로 공급과 세금 논리로만 집값 안정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정부가 집값 안정화 정책과 맞물려 교통 등 수도권 인프라 확충 정책을 함께 진행했다. 이 둘은 서로 상극이다.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정책을 써야 함에도 모든 정부가 지하철, 광역철도 등 대중교통망 확충을 통해 서울 접근성을 높였다. 문재인 정부가 특히 수도권 교통망 확충에 열을 올렸다. 한쪽에서는 서울집값을 걱정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서울집값을 높이는 이중적인 정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6월말 기준 우리나라 총 인구는 5천180만1천449명. 이중 서울이 981만4천49명, 경기가 1천297만5천176명이다. 두 지역 인구(2천278만9천225명)를 합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인구수는 곧 유권자 수와 비례한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는 서울, 경기도의 발전을 늦추고 다른 지역에 대한 국가차원의 투자를 진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정치권은 이렇듯 이중적인 정책으로 많은 이들을 속여왔다. 이제부터라도 정치권은 좀 더 솔직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가균형발전이 해법

진정 서울 집값 안정을 걱정한다면 단호한 정책을 써야 한다.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계획대로 밀고 나가면 된다. 세종시를 진정한 행정수도로 하루빨리 완성시켜야 한다. 여기에 남은 공공기관 지방이전도 서둘러야 한다. 서울과 경기도에 몰려있는 국·공립 대학들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 행정, 교육, 의료 등의 기본적인 인프라를 지방에 안착시키는 일이야 말로 거품이 잔뜩 껴 우리 모두 공멸할 수 있는 부동산정책의 해법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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