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세종시민 "멀쩡한 세종보 왜 없애나"

국가물관리위원회의 '해체' 결정에 크게 반발
"한강처럼 물 고였던 금강에서 요즘엔 뻘만 보여"
위원회, 보 개방 따른 '물 이용' 손실 등은 언급 안 해

2021.01.19 11:08:30

정부가 세종보 수문을 연 지 4년째를 맞아 금강물이 마르면서 물고기가 사라졌다. 먹이가 없으니 새들도 찾지 않는다. 사진은 2021년 첫 날 찍었다.

ⓒ최준호 기자
[충북일보] 속보=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금강 세종보를 '해체'하기로 의결했다. <충북일보 1월 13일 최준호 칼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와 세종보' 등>

시기는 현재 환경부와 세종시 등이 추진 중인 이른바 '자연성 회복 선도사업'의 성과와 지역 여건 등을 감안해 정부·지방자치단체·주민 등이 협의해 결정토록 했다.

따라서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보 해체'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여 정도 남은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임기 내 철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첫 날 금강 세종보 바로 아랫쪽 모습.

ⓒ최준호 기자
◇댓글 90% 이상이 '보 해체 반대'

위원회가 이번에 결정한 내용은 산하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가 지난해 9월 권고한 방안과 사실상 같다.

이에 대해 일부 환경단체는 "해체 시기를 조속히 확정하라"며 환경부 등을 압박하고 나섰다.

반면 상당수 시민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위원회 결정이 잘 못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회원 수가 25만여명인 세종시의 한 인터넷 카페에 이날 저녁 '세종보 해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시민은 "엄청난 국가 예산을 들여 만든 것을 꼭 해체해야 하나"라며 "그렇다면 (상류의) 금강 보행교는 왜 만들었는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정부가 2017년 11월부터 세종보 수문을 연 뒤 금강 수위가 낮아지자, 세종시가 세종호수공원과 방축천·제천 등에 공급할 물을 확보하기 위해 보 상류에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쌓은 자갈보가 여러 차례 무너진 점도 예산 낭비라고 꼬집었다.

이 글에 약 2시간 사이 달린 댓글 40여개 중 90% 이상은 보 해체에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한 시민은 "많은 세금으로 만든 보를 정치 논리로 철거하는 것은 잘 못"이라며 "전에는 첫마을(보 인근 아파트)에서 보면 금강에 서울 한강처럼 물이 고여 있었는데, 요즘엔 뻘만 보이니 마을 미관이 걱정"이라고도 했다.

가동이 중단된 세종보 소(小)수력발전소 입구에 서 있는 안내판 모습.

ⓒ최준호 기자
◇ '물 이용 측면' 손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아

위원회는 지난 2017년 6월부터 작년 11월까지 세종보의 수질과 생태계를 모니터링(관측)한 결과도 이날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보의 수문을 연 뒤 물이 고여 있는 시간이 종전보다 최대 88% 줄어든 반면 흐르는 속도(유속)는 최고 813% 빨라졌다고 한다.

이와 함께 모래톱 1.15㎢와 수변공간 4.48㎢가 새로 생겼고, 흰수마자(멸종위기Ⅰ급) 등과 같은 야생생물도 다시 나타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8년 여름철의 경우 종전(2013~17년 평균) 같은 시기보다 유해 남조류 세포 수가 160% 증가하는 등 수질이 오히려 나빠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2018년의 경우 여름철 폭염으로 인해 미호천(금강 지류)에서 농도가 짙은 남조류가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비가 예년보다 훨씬 많이 내린 지난해와 달리 언젠가는 극심한 가뭄이 닥칠 가능성도 있다.

위원회는 수문 개방에 따른 환경 측면에서의 장점만 주장했을 뿐 보 유지(수문 폐쇄)로 인한 홍수 예방이나 가뭄 조절 등의 긍정적 효과는 언급하지 않았다.

수문 개방 이후 '물 이용 측면'에서 국가·지방자치단체나 시민 등이 입고 있는 유·무형의 손실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예컨대 보가 개방된 뒤 강물이 마르면서 보에 있는 '친환경적 소수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됐다.

보 위에서 시민들이 즐기던 보트 타기 등 수상스포츠가 사라졌고, 인근 아파트의 '강 조망권'도 크게 훼손됐다.

정부(국토건설부)가 지정한 '금강 8경'의 하나인 세종보는 현재 가장자리에 도랑처럼 좁은 물만 흐를 뿐 대부분의 공간이 흙모래와 잡초로 뒤덮여 있다.

이로 인해 주말이나 명절에도 시민들이 거의 찾지 않는다.

세종 / 최준호 기자 choijh59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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