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 종사자에 대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하며

2021.01.19 17:42:24

김종숙

충북보건환경연구원 보건연구부장·이학박사

지난해 12월 29일 한 건물 창문 밖으로 "확진자 한방에 8명씩 수용, 편지 외부 발송 금지, 살려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누군가의 손에 들려있다.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의 이야기이다. 솔직히 경험한 적 없는 교정시설 내부모습은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 겨울철에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 등 상상 속의 이미지뿐이다. 아마도 TV의 영향일 것이다. 상상 속 이미지가 실제와 얼마나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전파되기에는 적합한 환경인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 감염병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자발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시작된 교정시설 코로나19 집단감염은 전국으로 번져 양성건수 1천명을 넘어섰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교정시설 종사자에 대한 선제적 검사 시행을 결정했고, 전국 보건환경연구원에 코로나19 검사 협조를 요청하였다. 18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 8일부터 한 달간 매주 1회 전국 교정시설 종사자 1만 6천여 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시작했다. 충북은 청주교도소, 청주여자교도소, 충주구치소 3개 교정시설 700여 명이 대상에 포함됐고, 충북보건환경연구원에서 1월 11일부터 현재까지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청주교도소 종사자 296명을 비롯해 청주여자교도소 종사자 215명, 충주구치소 종사자 168명에 대한 1차 검사를 마쳤으며 아직까지 양성 확진자가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절대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그만큼 교정시설 내부 환경은 감염병에 취약하다. 앞으로 4주간 4회 반복 전수검사로 총 2천800건을 할 예정이다. 전수 음성이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의뢰되는 대부분의 검체는 대구 신천지 교회 관련 확진자의 접촉자와 해외입국자에 의한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던 양성자 발생은 종교 관련, 광복절 집회 관련으로 확장되었고 격리되는 인원수가 급증하면서 격리 해제 전 검사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사태가 장기화되고 겨울이 오면서 2차 대유행이 발생했지만, 그동안의 학습효과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강화되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지켜내고 있다. 덕분에 재감염지수는 많이 낮아졌고, 백신 접종과 치료제 개발 등의 언론 보도를 보면서 잠시나마 희망적인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요양원, 정신병원, 교정시설 등 스스로를 지키기에 역부족인 그들을 위한 전수검사로 연구원 코로나19 진단검사팀은 여전히 불철주야 근무 중이다.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는 사람들, 사회적 약자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음에 다시금 긴장한다. 논어에 의하면 '기본이 바로 서면 길은 절로 생긴다' 라는 말이 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터널에 갇힌 듯한 절망이 찾아오더라도 초심을 다잡아 기본에 충실하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빛이 스며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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