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의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2021.01.18 16:58:58

김영필

청주시 세정과 주무관

우리는 화학물질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면서 화학물질의 끊임없는 위협을 받고 있다. 바다에는 우리가 버린 미세 플라스틱이 쌓여 있고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한 바다생물들에 의해 미세 플라스틱은 다시 우리의 몸 안으로 들어온다. 우리 손으로 만들어 사용하다 버린 것이 고스란히 다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셈이다.

화학물질이 쌓여가는 바다에 일본이 배출한다고 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가 쌓인다면 어떻게 될까? 다핵종 제거설비(ALPS)라는 장비를 활용해 방사능 오염수를 정화하고 바다에 방류한다고 하지만 제거되지 못한 방사성 물질이 바다에 방류돼 바다생물에 영향을 주고 이는 다시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방사성 물질처럼 모두가 인지하는 유해한 물질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조차 완전한 검증이 안 된 수많은 화학물질을 편리성이나 건강을 위해 이미 사용하고 있다. 편리성을 위해 사용하는 1회용품, 특히 플라스틱은 일상적인 생활에서 너무나 많이 쓰이는 물질이다.

사무실이나 집에서 쓰레기 분리배출을 하다 보면 일주일이 지나면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제품이 쌓이는지 쉽게 알게 된다. 특히 음식물을 담는 1회 용기의 대부분은 플라스틱이거나 비닐이다. 그 많은 플라스틱 제품을 씻어서 분리배출하면서도 이게 과연 제대로 재활용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건강을 위해 사용했던 가습기 살균제는 너무 경악스럽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망 사건이 종종 발생했지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2011년부터였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는 연간 60만 개가량 판매된 것으로 추산되며, 1994년부터 2011년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은 1천87만 명에 이른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우리나라에서만 크게 문제가 된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유해성이 입증된 성분이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유해성이 입증된 화학물질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샴푸, 비누, 세제 등에서도 건강을 위협받는 화학물질 과민증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화학물질 포비아'에 대한 연구나 사례는 점차 늘고 있다.

우리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는 이상 일상 속 화학물질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는다. 전문가들도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적인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모두 파악하기 힘들다. 전문가도 아닌 우리가 모든 화학물질의 안전성을 검증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최소한의 안전성조차 검증되지 않은 화학물질이 우리가 일상에서 소비하는 제품에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 일상 속 유해화학물질의 존재를 인지해 화학물질 제품의 생산과 사용을 억제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 필요하다. 그리고 화학물질 제품의 피해를 예방하거나 보상하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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