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에 더 외로운 홀몸 노인

15년째 홀로 지낸 나추자 할머니
유독 적적한 연말…이웃 간 왕래·가족 모임 줄어
돌봄서비스 비대면 전환에 사실상 사회와 단절
나 할머니 "그저 가족들이 잘되길 바랄 뿐"

2020.12.28 21:08:40

인터뷰를 마친 나추자 할머니가 대문에서 환한 웃음을 지며 취재진을 배웅하고 있다.

ⓒ김태훈기자
[충북일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홀몸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켰다.

가뜩이나 컸던 외로움은 더욱 짙어져 아쉬움과 설렘이라는 새해맞이 감정마저 집어삼켰다.

28일 청주시 흥덕구에서 15년째 홀로 사는 나추자(79) 할머니 집을 찾았다.

20여년 전 남편을 여읜 그는 막내 딸을 시집 보낸 뒤 줄곧 홀로 지냈다.

혼자 사는 삶이 익숙할 만큼의 시간이 지났지만, 올해는 유독 적적한 마음이 들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와의 소통 창구였던 이웃 간 왕래와 가족 모임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나 할머니는 "평소 이웃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코로나19가 퍼진데다 기온도 떨어져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자식들에게도 가급적 오지 말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주로 집에서 혼자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홀몸 노인을 위한 지자체의 돌봄서비스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충북에서는 생활지도사 1천200여 명이 홀몸 노인 1만8천여 명에게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대면 접촉이 최소화되면서 직접적인 돌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돌봄 대상자인 나 할머니도 예년과 같은 직접 방문이 아닌 안부 전화 등 비대면 서비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경로당 등 노인여가복지시설은 문을 닫은지 오래다.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도내 경로당 4천185개소, 노인복지관 20개소, 노인교실 8개소가 모두 운영을 중단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다리와 허리 상태가 악화된 그는 거동이 불편해져 집 밖에 나가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자녀들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사회와 단절된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힘든 티를 내지 않고 오히려 "외롭다고만 생각하면 어떻게 혼자 사냐"며 담담한 모습을 보이려 했다.

그러나 새해 소망을 묻는 질문에는 다소 주춤했다.

나 할머니는 "올해 사람을 많이 만나지 못했지만 혼자인 삶에 큰 차이는 없다"며 "나 자신을 위한 바람은 없다. 그저 가족들이 잘되길 바랄 뿐"이라고 답했다.

대화를 마친 뒤 그는 취재진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한참 동안 서 있었다.

지난 7월 말 기준 도내 65세 이상 노인 28만2천766명 가운데 29.0%인 8만2천274명이 혼자 살고 있다.

/ 신민수기자 0724sm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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